금융감독원은 오는 2005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시중 은행들이 경기변동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다르게 쌓게 하는 ‘탄력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에서 활용하고 있는 대손충당금 적립제도로 경기가 좋을 때 충당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고, 경기가 나쁠 때에는 잉여충당금을 이용해 실제 충당금보다 낮게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대손충당금에 따른 영업이익 변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22일 “경기변동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쌓고 있는 현행 대손충당금 제도를 바꿔 경기가 좋을 때 충당금을 넉넉히 쌓고 경기가 나쁠 때 충당금 부담을 줄여주는 대손충당금 적립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오는 2005년 하반기 이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세부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우선 현재의 대손충당금 의무적립비율이 실제 대출채권의 손실률과 맞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각 은행별로 ‘예상 손실률’을 산출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상손실률이란 현재 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부실률이 얼마나 될 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예상손실률을 구할 수 있는 회계방법은 과거 일정의 손실률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과 고객들의 신용등급에 연동해 충당금을 쌓는 방법, 통계적인 손실률 계산 방법 등 7~8가지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상손실률을 계산하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국의 금융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손실률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게 되면 은행들이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대손충당금을 일정수준 이상 쌓아나갈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은행들은 안정적인 순익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 스페인에서 처음 도입했고 씨티은행 등 세계적인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이 같은 기준을 토대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 같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변경방침이 시중 은행들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별 고객들의 예상 손실률을 뽑기 위해서는 과거 2~3년의 고객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며 “전산시스템를 업그레이드하는데도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소요돼 내년에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