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병수발한 어느 가장의 '아내 사랑'

"아내 일어나면 손잡고 나들이 가고싶다"…딸도 결혼 미룬채 병수발

30년간 병수발한 어느 가장의 '아내 사랑' "아내 일어나면 손잡고 나들이 가고싶다"…딸도 결혼 미룬채 병수발 병석에 누운 아내 곁을 30년 간 지켜 온 60대가장의 사연이 '5월 가정의 날'을 맞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나날이 병세가 악화하는 아내를 보면서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손잡고 나들이를 하고 싶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이득용(61.목포시 동명동)씨. 이씨는 '어버이의 날'을 이틀 앞둔 6일 아침에도 목포 중동상사 소속 유조차를몰고 나서면서도 "아내 얼굴 빛이 좋지않아 마음에 걸린다"며 아내 걱정이다. 30년 병수발을 하다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이씨의 '아내 사랑'은 한결같다. 지난 66년 중매로 부인 최춘심(59)씨를 만난 이씨는 '첫 눈에 마음을 빼앗겨'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차렸다. 행복했던 신혼생활도 잠시 뿐. 아내가 다섯째 딸을 낳은 뒤 신경마비 증세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며 집안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과 광주 등의 용하다는 병원은 다 돌아봤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었고, 급기야 신경계통 이상으로 전신이 마비되면서 자리에 눕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씨의 인고의 세월이 시작됐다. 대소변 처리는 물론 씻기는 일까지 이씨의 몫이었다. 하루종일 유조차 운전에 몸이 녹초가 되기 일쑤지만 아내 돌보는 일을 운명으로 알고 살아왔다. 매달 20만-30만원의 치료비는 물론 자녀 5명 중 3명을 대학에 보내느라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없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집에 돌아오면 팔을 걷어 붙이고 습관처럼 아내 수발을 한다. 이씨는 또 "엄마 간호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셋째 딸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걱정거리"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중동상사 김영수 사장은 "이씨는 40여년 간 하루도 결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라면서 "부인의 병수발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입력시간 : 2005/05/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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