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된 경제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은 8일 펴낸 `동아시아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와 한국의 혁신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 등 신흥 기업들이 지난 1980년대 후반 창업단계부터 동아시아 생산업체들을 참여시켰지만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분업이 강하게 연결된 폐쇄적 산업구조로다국적 기업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외국기업의 투자를 정책적으로 유도했던 싱가포르와 대만은 미국계IT업체를 유치한 뒤 단순 생산공정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중국 등으로 이전시키며경제구조를 고부가형 산업구조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고 김 위원은 밝혔다.
김 위원은 이처럼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 여전히 국내 대기업중심의 자동차, 조선 등에 의존하면서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국제분업에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다행히 우리나라도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중국으로 기술집약적 부품 및 원자재를 공급하고, 중국 현지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적어도 동북아 지역에서는 국제분업 조성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과 지식을 유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국으로 지식과 기술만 유출하면 한국은 공급가능한 기술 등의 소진으로 중국과의 국제분업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외국기업의 국내 유치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등 선진국에 기술거점 설립을 확대해 기술과 지식 공급원을 확보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라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국제분업 참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한 협력업체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소기업의 혁신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폐쇄적 협력관계가 유지되면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화로 오히려 중소기업의 사업기회가 축소될 수 있으므로 선진 기술지식을 갖춘외국기업들을 유치해 중소기업의 혁신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단순한 대외개방과 선진국 지식 유입에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며 "선진 지식, 기술의 학습과 활용을 위해 국내 지식기반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