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캐릭터 '고사위기'

전체시장의 60%가 복제품 "개발해봐야 헛일"'엽기토끼가 죽어가고 있다.' 최근 '마시마로'(일명 엽기토끼)로 대표되는 국내 토종 캐릭터 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으나 정작 이를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한 업체는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불법복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복제품이 오히려 정품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량의 복제품이 캐릭터 가치를 떨어뜨려 상품 가격과 인기를 감소시키고 있다. ◇복제품 매출이 더 높아 엽끼토끼의 지난해 매출액은 1,200억원이다. 그러나 복제품매출액은 3,000억원으로 추정돼 정품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불법복제 시장의 규모가 전체 캐릭터 시장의 60% 안팎으로 보고 있다. 불법복제품 적발 업체인 'e-카피라이트 코리아' 곽성기 사장은 "대부분의 캐릭터 업체들은 영세해 불법복제 사실을 알고도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묵인하고 있다"며 "인기 캐릭터의 경우 복제품이 정품 매출의 3~4배를 웃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토종 캐릭터 시장 고사 위기 토종 캐릭터 라이선스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결과는 작가들의 창작 의욕마저 꺾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캐릭터 개발은 아이디어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인데 불법복제로 캐릭터를 개발해도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의식이 만연돼 작품 발표를 미루거나 아예 외국회사에 넘기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 사무총장은 "캐릭터 개발에 앞서 저작권ㆍ상표권을 보호해야 캐릭터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국내의 경우 불법복제로 인해 많은 캐릭터 작가들이 작품 발표를 미루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법원 무거운 처벌 아쉬워 업계와 각계 전문가들은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법원의 처벌이 좀더 무거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은 불법복제를 생산, 유통할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1~2개월의 징역형과 몇백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예방적 효과가 없어 복제품 양산을 방치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소비자ㆍ생산자 모두 불법복제품을 구입ㆍ판매하는 것은 범죄 행위란 점을 인식해 좀더 성숙한 사회로 변모할 때가 됐다"며 "앞으로 법원에서도 불법복제는 중형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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