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기업들의 '영업 한계선'으로 인식되는 달러당 1,050원대로 추락하자 시중은행들이 섬유를 비롯한 이른바 '환율민감 업종'에 대한 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여신심사 과정에서'특별점검 대상'으로 삼기로 한 것인데 가뜩이나 환율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지는 기업들로서는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 여신담당 부행장은 13일"환율 움직임에 민감한 기업들에 대해 이전보다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출심사 때 환율의 영향만 보지는 않겠지만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은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각 은행들은 환율과 경기민감 업종 등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환율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여신심사 과정에서 환율과 밀접하게 연계된 업종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따지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환율하락으로 채산성이 나빠질 우려가 있는 섬유업과 기계를 비롯한 경공업 등 수출업종 중소기업들의 대출이 힘겨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도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여신을 줄이고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당장 환율 탓에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진 중소기업들이 대출조정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기존에 대출이 나간 경우 기업의 펀더멘털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대출상환 연장, 금리조정 등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무조건적 대출회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경기민감도가 높은 건설이나 해운 등의 기업들은 경기악화와 함께 여신회수 압박을 연초부터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