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문턱에서 멈칫거리는 우리 경제의 모습이 이솝 우화에서 거북이와 경주하다 잠자는 토끼 모습이다. 겨우 국민소득 2만달러의 국가가 선진국이 다된 듯 국민소득 4만달러 국가 흉내를 내고 있다. 한국은 가진 자원도 없고 내수 시장도 작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열심히 만들고 내다 팔아야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사람이 우리의 핵심 자산이고 제조업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우리 경쟁력의 요체이다. 그런데 이들 경쟁력은 부존자원이나 특허기술 등과는 달라서 후발 경쟁국들이 비교적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토끼처럼 한가롭게 잘 틈이 없는 이유이다.
대외 여건도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세계 경제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고속 성장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감속 성장 시대로의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한다. 중국에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새로운 암초이다. 다행이 2ㆍ4분기 경제 성장률이 9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기 대비 1%를 넘어섰다. 지루하게 하락하던 장기 침체 국면의 탈출 가능성을 보이면서 정부도 경제 정책 운용에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자세히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1ㆍ4분기 마이너스에서 2ㆍ4분기 0.6%로 늘어났지만 지지부진하고 설비 투자는 2ㆍ4분기에 -0.7%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결국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투입한 정부의 정부 지출 증가율에 힘입은 바 크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성장률 대신 고용률 70%를 국정의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당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하는 시간을 나누는 방법도 있고 재정을 투입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괜찮은 일자리이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어서 일자리를 만드는 일과 경제 성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경제 성장의 순환 구조에 예외는 없다. 기업이 사업 기회를 찾고 투자를 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에 고용이 발생하고 임금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활성화되고 재투자가 일어나는 것이 경제의 원리이다. 물론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과 여성ㆍ노인들의 근로를 가능케 하는 정책적 노력이 분명히 고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줄로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양질의 일자리는 투자와 경제 성장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금융 위기를 탈출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경제 부흥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붕괴된 중산층을 복원하고 실업률 줄이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테네시주 아마존의 물류센터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와 투자 확대 방안을 함께 내놓고 공화당의 지지를 구했다. 현행 최대 35%인 법인세를 28%로, 특히 제조업에는 25%까지 낮추고 공공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핵심도 경제 재생 전략이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경제 성장률 0.8%의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자는 것이다. 물가를 희생시키더라도 투자를 활성화해 산업 경쟁력을 되찾아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한국 경제는 심각한 잠재 성장률 하락 위기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이 예상돼 추가 하락이 예고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외환 위기 이후 15년 가까이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의 기여도가 0.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괜찮은 일자리의 답은 가까이 있다. 투자를 살려내는 것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두 가지를 함께 달성하는 길이다. 언젠가 대통령에게 업힐 투자가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