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는데 3년`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골프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이 말을 피부로 느끼고 마음에 새기기까지는 5년이나 걸린 것 같다.
골프를 즐기면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아주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깨닫는 계기가 됐던 기억이 있다. 머리 얹은 지 5년이 조금 넘었던 90년대 중반의 가을 어느 날 경주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힘 빼기`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페어웨이 좌측에 워터해저드가 있는 파4 홀. 당시 나는 평소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왼쪽으로 당기는 습관이 있어 러프나 숲, 벙커에서 타수를 잃곤 했다. 때문에 연못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페어웨이 오른쪽을 향해 스탠스를 잡고 힘껏 클럽을 휘둘렀다. 그러나 `고의적인 오조준`이 화근이 됐는지 볼은 어김없이 당겨져 해저드에 `수장`되고 말았다.
후반 들어 또다시 100야드는 됨직한 해저드가 페어웨이 왼편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와 있는 파4짜리 홀과 마주쳤다. 올 때마다 빠뜨렸기에 낯익은 홀이었지만 이번에는 `나는 할 수 있다. 힘만 빼자`고 마음 먹고 정상적인 어드레스를 취했다. `힘을 주진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상큼한 `손맛`이 헤드와 샤프트를 거쳐 짜릿하게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 볼은 물론 해저드의 귀퉁이를 가로질러 페어웨이 한복판에 보기 좋게 떨어졌다.
아직 싱글핸디캡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로 스윙이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고 크게 긴장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당겨 치는 습관도 깨끗이 사라졌다. 힘을 주고 빼는 것은 몸이지만 결국 이것을 컨트롤하는 것은 마음이라고 믿는다. 라운드 직전 몸만 풀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는 것은 스코어에도 좋고 정신 수양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박민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