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살리기식 정책운용 안돼"

[월요초대석]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출자총액 제한 해제는 효과보다 부작용만 클것
지금, 총체적 위기 아니지만 내수불황 틀림없어
경제정책 수장은 경제부총리, 투톱 표현은 잘못

"기업 氣살리기식 정책운용 안돼" [월요초대석]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출자총액 제한 해제는 효과보다 부작용만 클것지금, 총체적 위기 아니지만 내수불황 틀림없어경제정책 수장은 경제부총리, 투톱 표현은 잘못 • [월요초대석] 이정우 위원장 발자취 • [월요초대석] 내가 본 이정우 위원장 “총체적 위기나 불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수불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카드와 부동산 등 큰 거품이 꺼지면서 중소업자ㆍ서민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내수부진의 원인인 양극화 문제 해결과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자신이 분배론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분배가 우선이라고 말하거나 글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정책을 (기업인) 기(氣)살리기식으로 써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혀 어려운 경제여건을 이유로 총액출자제한제 완화 등 경제개혁 조치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자신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정책의 수장은 경제 부총리다. 투톱이라는 표현은 틀린 말이고 원톱만 있을 뿐”이라며 자세를 낮추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위원장은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 집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반시장론자’ ‘분배우선주의자’ 등 자신에 대한 비판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원칙과 소신에 따른 경제철학을 일관된 자세로 담담하게 설명했다. 대담:이용웅 정치부장 yyong@sed.co.kr -열린우리당 내에서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가 투자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출자총액 제한을 해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순환출자가 많이 늘어난 전례도 있고, (만약) 출자총액제한을 해제한다면 좋은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행 기조대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책을 (기업인) 기 살리기식으로 써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효과라든가, 정말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든가 하는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써야지 (단순히) 기 살리기를 위해 지금까지의 기조를 바꾼다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경제는 심리인데 요즘 기업인들이 "기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물론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양극화 문제가 분명히 있고 한쪽(수출)은 굉장히 잘돼가고 있지만 중소기업ㆍ내수 쪽 분위기를 보면 굉장히 불안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거가 있는 불안이냐 하면,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 그냥 좀 막연한 불안이고 심리적인 불안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언론을 보면 칼럼이나 사설에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무슨 반기업적이다, 반시장적이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와 그런 것들이 기업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참여정부만큼 친기업적이고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정부가 과거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부실기업 매각 때 노조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기업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미국에서는 우리사주 기업이 10만개가 넘고 전체 노동자의 10% 정도가 이런저런 형태로 우리사주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사주 기업 중에는 우량기업도 많지요. 우리나라에도 우리사주제도는 있는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잘 정비해서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얘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시장원리ㆍ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참 뜻밖입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시는지요. ▲한국에서 시장경제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주 극단적인 시장 모델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즉 국가의 개입은 없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그런 제도를 염두에 두는 것 같은데요. 체제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와 가장 가까운 것이 미국형 시장경제라 할 수 있는데, 우리사주제도만 해도 가장 성공한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런 제도를 반시장적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사람들이 염두에 두는 시장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고) 지구상에 없는 시장경제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 합의한 재정확대ㆍ감세정책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보시는지요. ▲표준적인 재정ㆍ세제를 통한 경기부양책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처음부터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치 경기부양을 반대하는 사람처럼 비치는데 그건 늘 제가 경기부양을 설명할 때 덧붙여온 '부작용이 나타날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는 수식어를 빼서 그렇습니다. -당정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감세라는 것은 가난한 사람보다 세금 내는 위의 절반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재분배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진적입니다. 다만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재정지출 부분이 남아 있는데, 재정지출이 내용에 따라 가난한 빈곤층이나 영세상인들에게 많이 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기진작 효과도 있고 약간의 재분배 효과도 있을 수 있겠지요. -가난한 사람에게만 돈을 쓰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 "그쪽(가난한 사람들)의 한계소비성향이 더 높습니다. 부자들은 이미 별 부족함 없이 다 쓰고 있으니까 돈을 푼다고 해도 추가로 쓸 게 별로 없으므로 한계소비성향, 다시 말해 똑같은 돈을 풀어도 추가로 쓸 수 있는 돈은 부자들보다 가난한 층이 더 많지 않겠습니까. -적자를 내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보는데요. ▲총체적인 성장이 5%면 괜찮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러워할 수준이고 총체적인 위기, 불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다만 내수불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 어렵고 영세상인ㆍ자영업자들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들은 주로 IMF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으로 전환했다든가 식당을 새로 낸 분들일 겁니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카드와 부동산 등 두 개의 붐을 타고 장사가 잘됐지요. 그러나 큰 거품이 꺼지면서 책임이 그 계층에 집중적으로 몰린 상태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대기업 대 중소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등 양극화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처방이 나와야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화 단계로 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게 제일 큰 고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과 팀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국민주택 규모(25.7평) 이하 아파트의 전매를 금지하겠다고 했는데요. ▲분양권 전매를 어떨 때는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는 일이 수 차례 반복되면서 부동산정책이 지금까지 오락가락하다가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 아파트의 전매는 명백한 투기행위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얻는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누군들 그걸 마다하겠습니까. 그런 기회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떨어집니다. 근본적으로 분양권 전매 같은 것은 투기과열지구 여하와 관계 없이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원가를 공개하는 국민주택 이하 아파트에 한해 적어도 전매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찬성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세제와 관련된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지금 준비하고 있고 곧 나올 것 같습니다. 방향은 10ㆍ29대책에서 밝힌 그대로입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고 보유세가 충분히 늘어나면 거래세는 인하할 방침입니다. 그런데 (보유세가) 지방세로 돼 있어 각 지자체, 특히 세수가 충분한 지자체일수록 잘 걷지 않으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국세로 걷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자체의 조세권을 침해할 의도는 없고 그 대신 걷기만 해서 (지방에) 되돌려주겠다는 것이지요. -경제정책의 주도권에 대한 이헌재 부총리와 위원장의 역학관계에 관심이 높습니다. ▲대비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경제정책의 수장은 경제 부총리입니다. 투톱(이 부총리와 이 위원장)은 틀린 표현이고 원톱(이 부총리)만 있을 뿐입니다.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이 있을 때는 좀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체제가 달라졌습니다. -이 부총리를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성장우선론자로, 위원장을 개혁성향의 분배우선론자로 대비시키곤 하는데요. ▲사실 지금까지 제가 분배 우선이라고 말하거나 글을 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성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분배도 과거처럼 계속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재정의 소득 재분배 효과도 거의 없습니다. 지금의 내수불황이 오래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재분배정책이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들 같으면 이런 불황이 오면 재정지출로 빈자들에 대한 이전지출과 실업자에 대한 보상을 늘려 저절로 내수진작 효과가 나타납니다. '경제 자동안정장치'라고 부르는데 그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1인당 뭐關撚堧?1만달러인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1만달러 시대 복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안전망을 갖추려는 노력에 대해 3만달러 시대 복지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여권의 개혁 마인드가 후퇴한다는 비판이 있어 중요한 국정과제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경기는 경기대로 경기조절책을 써야 하고 개혁과는 별개입니다. 경기는 단기적인 현상이므로 경기조절책으로 해결해나가면 됩니다. 개혁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것대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당장 경제가 어렵다고 구조개혁을 미룬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정리=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4-09-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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