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사진 오른쪽)의원과 친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왼쪽) 의원이 8일 공개석상에서 개헌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의 '2인자'였던 이 의원과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서 의원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포문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 의원이 먼저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 입장에서 새해 화두는 경제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이 맞다"며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에 정치개혁을 하지 못했는데 2년차에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권 5년 동안은 추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당선된 후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공약했다"며 "그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여야 의원 100여명 이상이 국회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해 이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던 서 의원은 "무슨 개헌이냐"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예정에 없던 공개 발언을 자청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서 의원은 "지금 우리는 개헌 문제보다 국민이 먹고 사는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며 이 의원이 제기한 개헌 논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 의원이 지난해 10·30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뒤 공개 석상에서 특정 인물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의원은 또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실세였던 점을 겨냥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이 의원도 언론을 통해 '정권 2인자'로 불릴 만큼 힘이 있었는데 결국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발언 과정에서 허공에 손가락을 내지르는 등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7선의 정몽준 의원 역시 "개헌 논의 필요하죠"라며 이 의원을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