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 펀드들이 국내 은행산업에 진입한 후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가계대출을 대폭 확대하는 등 ‘안전자산’ 위주의 영업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은행의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국내 은행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또 국내 예금은행 총자산에서 외국계 은행(제일ㆍ외환ㆍ시티ㆍ외은지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97년 말 8.5%에서 지난해 9월 말 22.4%로 상승했다.
10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외국 금융기관의 진입이 국내 은행산업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총여신 가운데 무수익여신 비중은 2000년 7.6%에서 2004년 1.2%로 개선됐으며 내국계 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중(6.5%→1.7%)도 같은 기간 동안 낮아졌다. BIS 자기자본비율도 2000년 10%대에서 지난해 11%대로 올라가는 등 안정성은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의 총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 비중(2000년 40.2%→2004년 34.6%)은 낮아진 반면 가계대출 비중(32.8%→56.6%)은 크게 높아졌다. 내국계 은행 역시 중소기업 대출비중(55.1%→51.2%)은 떨어지고 가계대출 비중(27.2%→39.4%)은 올랐다.
강종구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차장은 “외국계 은행의 대출공급 축소로 내국계 은행의 대출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지만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낮아지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등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됐다”며 “이는 선진금융기법 도입 등 본연의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은행 민영화시 외국 자본보다는 국내 사모펀드(PEF) 대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국내 금융자본의 적극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차장은 “외국자본에 매각할 경우에는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후순위채 발행을 유도해 투자자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3.3%포인트 하락, 은행의 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외국계 은행의 총자산 대비 총비용의 비율은 같은 기간에 10.7%에서 9.8%로 0.9%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내국계 은행은 총자산 대비 총비용 비율이 12.6%에서 8.3%로 4.3%포인트 개선됐으나 수신금리 인하폭 등을 감안할 때 비용 효율성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