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 등이 줄기세포 은행을 설립하자고 제안한 것은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의 ‘허브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미국도 국립보건원이 줄기세포를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설립을 한국에 제안한 것은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의 원천기술 공급국으로서의 기술과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황우석 교수팀이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후 선진국엔 황 교수 연구성과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 하원이 24일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협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기세포 연구 지원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비롯해 독일ㆍ일본 등도 줄기세포 연구의 지원체제를 새로이 갖추고 있다. 한국에 은행설립과 워크숍을 갖자고 제안한 것도 한국의 연구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따라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황 교수의 계획대로 줄기세포 세계은행이 한국에 설립되면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우선 은행에서 보관한 줄기세포를 연구는 물론 난치병 치료용으로 공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국제적 연구와 치료에 공평하게 사용하게 되면 줄기세포 연구가 안고 있는 생명윤리문제란 난관을 돌파하기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정부는 줄기세포 세계은행 설립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은행설립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황 교수는 연구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워크숍과 달리 은행설립은 아무리 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해도 정부 마다 생각이 달라 이를 조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제공동연구 협약팀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황 교수팀 연구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바로 한국을 줄기세포 연구 및 난치병 치료의 허브국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