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걱정되는 '연금정치' 2막

국회 특위·실무기구 과제에 국민·기초·퇴직연금 역할
재조정 문제 빼먹었다가 전문가 권고로 뒤늦게 추가
'3개월 기구'서 다루기엔 무리… 정부 차원 논의기구 꾸려야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가 조만간 '연금정치' 2막을 선보인다. 1막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여야 합의안 처리까지를 다뤘다. 재직기간 1년당 연금 지급률을 얼마나 깎을지,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릴지 등 여당의 지향점과 쟁점이 분명했다. 반면 2막은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라는 지향점부터 꽤 추상적이다.

1막에서 여야는 공무원연금법 타협안을 도출했지만 미봉책, 부실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재직기간 1년당 연금 지급률 1.9%(30년 57%)를 20년에 걸쳐 1.7%로 낮추기로 한 것은 재정절감 효과를 떨어뜨리고 향후 추가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대못 규제'라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지향점조차 불분명한 2막을 지켜봐야 하는 일반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타협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연금 전문가들을 지원군으로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권고문 형식을 빌려 공무원연금 타협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사회적 기구의 의제를 기초·퇴직연금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상처투성이가 됐던 여야에 힘을 실어주고 사회적 기구의 정당성·권한을 강화해준 셈이다. 반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미루고 제대로 된 개혁안을 새로 마련하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2막의 주연을 맡은 국회 공적연금강화특위와 실무기구가 다룰 쟁점에는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합의했던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 40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올해 46.5%)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하고 50%로 높이는 게 적정하고 타당한지 검증하겠다고 표현을 바꾼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분의 20%를 비정규직과 영세 사업장 근로자, 자영자 등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 써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 자녀를 출산한 부부나 군 복무자 등에게 6~18개월의 가입기간 보너스를 얹어주는 식의 연금 크레딧 강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나같이 엄청난 정부 예산이나 보험료를 써야 하는 것들이다. 기초·퇴직연금 문제까지 다루기로 했으니 파급력은 훨씬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준비는 상당히 미흡하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이 연금 전문가들의 권고안에 대해 "국회에서 거론되지 못했던 기초연금 문제를 거론했다"고 말한 것이 방증이다.

국민연금은 생산가능인구의 43%만이 보험료를 내고 있다. 자영자,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사용자 등이 빠져나갈 법령상의 구멍이 크고 보험료 지원 대상도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 140만원 이하 근로자로 제한돼 있다. 실업 등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도 569만명에 이른다. 사각지대의 상당 부분을 기초연금이 메워주지만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에게 주다 보니 정부 예산은 많이 들고 노인빈곤 완화 효과는 떨어진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가다.

노후빈곤 해소 문제는 국민연금·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해법이 달라진다. 따라서 존속기간이 3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여야 특위와 실무기구에서 해법을 찾기에는 벅찬 과제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에 진을 빼느라 이런 숙제를 차기 정부로 미뤘다. 그런데 법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을 다시 추계해보고 제도개선책을 모색하는 2018년은 차기 정권 임기 첫해다.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하겠지만 박근혜 정부는 전문가들로 논의기구를 꾸려 차근차근 준비해가야 한다.

임웅재 논설위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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