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정권 박탈…지방분권 역행"

■부동산 보유세 반발 확산

지자체 "재정권 박탈…지방분권 역행" ■부동산 보유세 반발 확산 종합부동산세(종부세ㆍ2005년 시행예정) 도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일련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보유세 개편이 투기억제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면서 시장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부세 신설에 대해 서울시 등 지자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실효성도 없는 세금을 도입, 지방자치 능력을 떨어뜨리고 부동산 과세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아울러 조세 전문가들 역시 종부세가 도입될 경우 조세저항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자칫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아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종부세, 실효성 없다=종부세가 신설돼도 지방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자체의 주장이다. 종부세 신설로 추가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전국 234개 지자체에 분배해도 세금이 워낙 적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세의 국세 전환은 또 지방 분권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정순구 서울시 재무국장은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95년 63.5%에서 2004년 57.2%로 감소하고 있다"며 "종합부동산세 신설은 조세저항은 물론 지자체의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서울시 25개구 중 시로부터 재정지원(교부금)을 받지 않는 곳은 서초구ㆍ강남구ㆍ중구 등 3곳밖에 없다. 나머지 22개 구는 교부금 없인 유지가 불가능하다. 결국 지방세의 국세 전환은 재정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지자체의 주장이다. 지방 분권 및 자치의 기본은 재정이다. 정부가 지방분권 및 자치를 내걸고 있으면서도 근본이 되는 재정정책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게 지자체의 입장이다. ◇부동산 조세정책, 큰 그림이 없다=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일련의 보유세 인상 조치는 부동산 세제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지 않고 오직 부동산 투기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경제 및 부동산시장 여건 및 현행 부동산 세제 구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 서울시 세제과장도 "정부의 현행 부동산 세제개편은 종합적인 면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며 "취득세 및 등록세가 내년부터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점을 고려, 세율 인하가 논의되고 있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 신설 등 보유세 인상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정부가 너무 많은 토끼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보유세 인상 취지는 과표 현실화를 통한 과세 형평성 제고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소유 편중 완화 ▦부동산 투기억제 ▦지역간 재정불균형 해소 등 3가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초 의도에서 적잖이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투기억제라면 과표 현실화 및 세율을 높이고 재정 불균형 해소라면 세목 교환 등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종배 기자 ljb@sed.co.kr 입력시간 : 2004-08-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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