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이 난방비 문제를 제기한 옥수동 H아파트의 역대 관리소장 3명이 형사입건됐다. 다만 이유없이 난방비 0원이 나온 주민 11가구는 검침계 관리 부실에 따른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결국 관리사무소의 고질적인 업무 태만이 난방비 부과를 둘러싼 주민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됐다는 것이 경찰 측 판단이다.
서울 옥수동 H아파트 난방비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성동경찰서는 정모씨(60) 등 역대 관리소장 3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난방량이 아예 나오지 않는 등 검침이 적게 될 경우에는 관리사무소가 직접 방문해 조사를 해야 함에도 이들은 인터폰으로 묻고 마는 등 형식적인 조사를 하거나 이 마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열량계가 고장난 것으로 확인된 세대에는 동일면적 평균 난방비를 부과하고 고장수리를 미루는 경우 동일면적 최고난방비를 부과해야 하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아 344만원을 다른 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열량계 조작을 막기 위한 장치인 봉인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검침카드나 기관실 근무일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관리소 측의 책임을 물은 것과는 달리 수사과정에서 난방량이 0으로 나온 이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11개 세대의 경우 입건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이 열량계 조작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봉인지의 부착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가구가 고의적으로 봉인지를 해제했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가구가 열량계를 고의로 조작해 관리사무소를 속이고 실제 사용량보다 적게 난방비를 부과받았다면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의 열량계 조작 의심을 떨칠 수는 없었지만 공소제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범죄 특정이 곤란해 형사입건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관리사무소는 업무태만으로 난방비 부과·징수에 대한 해묵은 불신,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통해서라도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성동구청의 수사의뢰를 받아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에서 2007∼2013년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횟수가 두 차례 이상인 69개 가구를 조사한 뒤 그 이유가 소명되지 않는 가구를 대상으로 소환조사 등을 벌여왔다. 경찰은 이중 미거주, 배터리 방전·고장, 난방 미사용 등이 확인되지 않은 11가구를 집중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