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술 제조회사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외국인들에게 시음을 권하거나 전통술과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설명하고자 할 때 마음속에 항상 커다란 짐으로 작용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술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각 나라에 어울리는 술을 살펴보면 어떤가. 일본의 사케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 데킬라 등과 같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술은 이미 보편화된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각국을 대표하는 이들 술은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지난 몇년간 국내외에서 막걸리 붐이 한창 일어나면서 영문표기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황망하게 이뤄진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술은 무엇이고 국내 전통술에 대해 어떠한 정의를 내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술을 주종별로 살펴보면 막걸리·약주·소주 등으로 나뉜다. 쌀로 만든 일본의 사케나 용설란을 활용한 멕시코의 데킬라처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각국의 특산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술은 우리 특산물을 활용한 약주를 총칭하는 용어로 기능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우리 전통술을 자신있게 '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 '술 양조장 투어'나 '술 관광' '소규모 술 브루어리' 등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도 함께 펼쳐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나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 '술(SOOL)'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등재하는 방안도 한번쯤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이나 '김장문화' 못지않게 세계인에게 매력적이고 힘 있는 단어로 한 발짝 다가서며 국내를 알리는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이 모인 공식 만찬에서부터 술이라는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국내 전통주류란 뜻으로 사전에 등재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