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유연하게 대처해야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문제가 드디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이 “현재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미투자협정(BIT)을 못하고 있는데 ,보다 큰 국가경제이익을 위해 이를 양보해도 좋다”고 말한 후 이를 지지하는 경제계와 반대하는 영화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가 양쪽 입장을 조정해보겠다고 나섰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동안 경제부처와 경제계는 스크린쿼터 축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 언급을 삼가해 왔다. 이런 점에서 권 정책관은 이번에 소신발언을 했고 ,이를 계기로 이 문제의 공론화가 이뤄지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덮어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대화를 통해 타협 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이 이 문제해결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40억달러의 투자유치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BIT체결은 98년 우리정부가 미국에 제의했다. IMF금융위기 직후라 미국기업의 투자가 절실했고,국민들도 어느 정도 이에 공감했다. 영화계도 BIT체결의 걸림돌이 된 스크린쿼터제를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을 때까지만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BIT체결은 뒤로 미뤄졌다. 우리가 제의 해놓고 우리측 사정으로 연기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스크린쿼터제 덕택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후 우리영화계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시장점유율도 세계최고 수준인 45%를 넘어섰고 국제영화제에서도 연이어 수상을 했다. 그만큼 질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가 축소되면 한국영화산업 기반과 우리문화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주장,반대를 계속했다. 영화산업의 눈부신 성장과는 달리 영화계는 아직도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한다고 해서 영화산업의 기반이나 문화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영화계도 이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는 자긍심이 필요하다. 또한 영화산업도 국가경제란 큰 차원에서 생각 할 때다. 폐지도 아닌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무조건 반대가 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대화를 통해 타협 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최근 스크린쿼터제 유지운동이 한미 BIT자체를 반대하는 운동으로 변질,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한미 BIT를 제2의 을사보호조약이라고 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반미운동으로 연결될 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초점도 흐리고 극단적인 투쟁방법은 스크린쿼터제 유지운동의 정당성을 흐리게 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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