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영수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대북경협 인내심 갖고 차분하게"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협에 관한 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기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우선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북측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간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7박8일간 북한을 방문한 김영수(金榮洙·61)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많은 업체들이 방북을 추진하고 있지만 너무 서두르다 보면 부작용만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金이사장은 이번 방북의 성과를 임가공사업 일변도에서 직접투자로 전환했다는데 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대북경협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金이사장을 만나 남북경협 현황과 그 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이번 방북을 통해 조합과 회원사들이 많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방북결과를 설명해 주시죠. -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신규업체들중 몇개사가 국내에 있는 생산라인을 북한으로 이전키로 합의하는 등 그동안 임가공사업으로만 진행되던 대북경협이 직접투자로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성전기는 축전기 임가공사업을 위해 남한에 있는 설비중 일부를 북한에 설치키로 합의했고 삼홍사도 소형모터 생산라인을 이전키로 했습니다. 기라정보통신도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설비 이전에 대한 기본의향서를 교환하는 등 설비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기존 진출업체들은 생산규모를 확대키로 했습니다. 제일물산은 스위치를 월 170만개씩을 임가공키로 했고 한국단자는 월 378만개의 단자를, 극동음향도 마이크와 케이블을 월 2만개씩 조립키로 합의했습니다. 또 한국코아는 매달 철심코아 480톤, 인터엠은 스피커를 2,850대씩 북한에서 생산키로 했습니다. 이렇게 경협이 확대되려면 기존 공장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공장을 늘리는데도 합의를 하셨습니까. - 북측도 이미 예상을 했는지 장소문제를 얘기했더니 이미 봐 둔 공장이 있다며 여러공장을 보여 주었습니다. 공장을 짓자면 시간이 오래 걸릴테니 기존 공장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번에 사용키로 합의한 청천강공장은 10만평 규모로 약간만 고치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대 같은 대기업에서는 해주에 공단을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조합에서도 따로 공단을 조성할 생각은 없습니까. 북한의 반응이 어떤 것 같습니까. - 북에서는 공장을 직접 짓는 것에 대해서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널린 것이 빈공장인데 굳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공단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전기도 공급하고 건립자금도 필요한데 그럴만한 입장에 있지 못합니다. 현대가 짓겠다고 한 해주공단도 『너희가 자금도 대고 전기도 끌어올 수 있으면 마음대로 해 봐라』하는 입장입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기대들을 하는데 실제로 가보니 어떤 것 같습니까. - 사실 저희도 북한측 태도가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기대를 많이 하고 갔습니다. 하지만 가보니 그렇게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상부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한번 화끈하게 트자고 얘기하니 『조금 기다리시죠』라고 하면서 관망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방북단에 대한 대우의 격이 낮아졌습니다. 이전에는 민족경제연합회장이 직접 나왔지만 이번에는 나오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남쪽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북을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격하시킨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남측의 잘못도 큽니다. 이들은 경협이 시급한 문제인데 남한사람들은 수없이 다녀갔지만 실제적인 성과가 없이 구경만 하다 간다고 불평합니다. 아마 북한에 가면 누구나 이런 얘기를 한번쯤은 들을 것입니다. 아마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때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실무자들은 그렇더라도 주민들이나 대하는 태도에는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또 경제상황은 어떤가요. -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남쪽에서 왔다고 하니 손을 흔드는 등 반갑다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묘향산 부근 용문대굴이라는 석회석 동굴을 보여주는 등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사정도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 것 같았습니다. 차도 많아졌고 식사메뉴도 다양해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묘향산 근처에 한국(남한)관이 생기고 여기에 현대자동차, 에이스침대등이 전시되는 등 남한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진출해 있는 업체들의 아이템은 어떻습니까.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을텐데요. - 지금은 조립하는 것 외에 모든 것을 남쪽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용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업체마다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것도 운송비용문제외에 이런 이유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가장 간단한 것부터 자체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포장을 할 수 있는 업체부터 유치돼야 합니다. 그래서 자체로 포장까지 해서 수출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인쇄회로기판과 같이 전자산업의 주춧돌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기라정보통신이 PCB생산라인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 대기업에서 대북경협에서 중소기업과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를 하는데 이번 방북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반영됐습니까. - 경협이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소기업도 따라오고 시너지효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실무자를 만나 이러한 얘기를 전했습니다. 또 북한에 가기 전에 삼성과 만나 북한에 진출하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부품업체들과 협력키로 구도로 합의했습니다. 단 과당경쟁을 막고 수량조절, 분배등 교통정리역할을 조합이 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나 북한에 진출을 하려는 기업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 남북정상회담 이후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일을 서두르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북한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화는 됐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베리아철도를 놓는다, 공단을 조성한다, 전력을 공급한다는 등 말은 많지만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닙니다. 운송비를 낮추는 등 실질적인 경협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은 기다림의 철학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또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입니다. 자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접근하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성이나 품질관리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하면 『나만 믿으라』고 대답합니다. 계획경제의 틀이 몸에 밴 그들로서는 당연한 말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서는 일을 성사시킬 수 없습니다. 신뢰와 기다림이 필수입니다. 북한에 다녀오신 지 얼마 안돼 피로하실 텐데 장시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 : 崔英圭 성장기업부장 YKCHOI@SED.CO.KR 정리=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사진= 김동호기자 송영규기자SK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23 19:12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