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지곡동은 이른바 '포스코 마을'로 불린다. 포항시내에서도 유독 이 일대에 포스코 임직원들이 몰려 살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초ㆍ중ㆍ고등학교, 포항공대로 이어지는 학군은 웬만한 서울시내 학군 인기지역 못지않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자리잡고 있는 울산은 1인당 소득이 1,627만원(2010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동네다.
대기업 사업장은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과 교육수준, 여기에 기업의 직ㆍ간접적인 지원으로 집값 역시 주변부를 압도하면서 인기 주거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포항ㆍ울산ㆍ구미ㆍ수원 등 대표적 기업도시의 대기업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洞)의 아파트 가격은 해당 시(市) 평균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포항 지곡동 일대 아파트값은 포항시 평균보다 34%나 높았으며 삼성과 LG 공장이 위치한 구미산업단지 인근 광평동 역시 구미시 평균에 비해 40%나 집값이 비쌌다. 삼성전자 인근인 수원 매탄동도 아파트 가격이 수원시 평균보다 100만원가량 높다.
대기업 직원들은 높은 소득수준만큼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대표적 고급 수요층으로 꼽힌다. 거기에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도 뒷받침된다. 공장 등 생산설비가 함께 이전하는 곳은 고용 유발효과도 커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 집값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도권과 지방에 신규 공장을 짓거나 이전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2014년까지 총 34조원을 투입해 화성 동탄신도시 인근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주하게 되는 인원만 10만여명에 달한다. 평택 고덕지구에는 2016년까지 수원 사업장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의 신수종사업(태양광전지ㆍ의료기기ㆍ바이오제약ㆍLEDㆍ자동차 전지)단지가 조성된다. 고덕지구에는 LG전자가 2014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LED 조명, 수처리 생산라인 신설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한전선은 2015년까지 본사와 계열사 10곳을 안양 관양동으로 이전한다. 관양동 일대는 첨단연구개발(R&D)센터ㆍ업무시설ㆍ아파트ㆍ복지시설 등이 조성된 주상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난 2월 인천 청라자유구역에 총 34만㎡ 규모의 '하나금융드림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해 침체된 청라지구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전계획이 발표되면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시기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이전계획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