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MH370)가 납치 등 고의적 행위로 실종됐음을 공식 확인했다. 사라진 여객기가 교신두절 이후 계속 비행했다는 증거도 나왔다. 이에 수색무대도 남중국해에서 인도양 일대로 바뀐 가운데 사건의 전모에 관해서는 여전히 추측만 무성하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실종기의 통신을 차단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남중국해를 지나던 실종기가 말레이시아 당국의 항공통제권을 벗어나자마자 통신시스템을 끄고 항로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또 말레이시아 정부는 실종기가 이륙한 지 1시간34분쯤 후 말레이반도 서쪽 말라카해협 인근에서 군사 레이더망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정황을 종합하면 내부 문제가 발생한 기체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회항을 시도했거나 강요 또는 자의로 항로를 이탈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지브 총리는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동안 보낸 신호가 위성에 감지된 사실도 확인했다. 수색당국은 위성 신호와 실종기 연료량(8시간여분)을 토대로 태국 북부~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인도양 남쪽 해역에 실종기의 현재 위치와 관한 가상의 호(arcs)를 각각 설정했다. 호가 지나는 광범위한 지역을 탐색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항공기 신호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는 제한되고 수색범위는 크게 늘어나면서 기체 흔적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실종기가 인도양 남쪽 일대에서 발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도와 태국 이북 지역은 미국·중국·인도를 비롯한 각국의 감시·방공망이 그물처럼 펼쳐져 있다. 여객기가 눈에 띄지 않고 이 일대를 비행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미 해군과 인도 정부가 이미 벵골만과 안다만제도 인근을 뒤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말레이 경찰은 현재 비행기 납치나 자살비행으로 가닥을 잡고 조종사 및 탑승자 지인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이 과거 9·11과 유사한 항공기 납치 테러를 기획했다는 알카에다 관계자의 법정증언을 소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경영대 항공전문가 터렌스 판은 "조종사가 자살기도를 했다면 비행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다로 추락했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잔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