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오는 14일(현지 시간)까지 닷새간 지속되는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가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초 우려됐던 농업 부문에서 선진국과 수출 개도국이 지난 10일 개막 직후부터 한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2005년 1월 1일 협상 마감 시한까지 기본적인 협상 원칙도 세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선진ㆍ개도국간 농업부문 대립 심화=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 개도국 21개국 그룹(G-21)과 미국-EU 등 선진그룹이 농업 보조금 철폐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G-21은 자체 공동 성명 초안을 통해 선진국의 농업 수출 보조금 완전 철폐는 물론 생산 감축을 위한 국내 보조금도 조기에 폐기해야 한다며 미국과 EU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3일 미–EU의 합의안 대로 더 이상의 농업 수출 보조금 축소는 불가하다며 최고 관세 설정과 저율 관세 수입량 확대 등의 시장 접근 확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비농산물 부문도 협상 난항=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인 농업부문 협상이 꼬이면서 비농산물 협상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농산물 관세 인하와 관련해 선진국은 모든 부문에서 일률적인 관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개도국은 각국의 발전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시장 개방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한국 대표단은 지난 11일 열린 비농산물 시장접근 회의에서 수산물은 무세화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며, 관세 인하가 되더라도 수산물과 같이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신축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공동 선언문 채택 난망=최대 난제인 농업 협상의 대립 국면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고 무역규범, 서비스 등 기타 의제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공동 선언문 채택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농업 부문 대립이 예상됐었지만 커다란 협상 원칙을 담을 공동 선언문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농업부문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서로 협상 정체의 주범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