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회화의 접목 꾀하는 한규남씨

“나는 서양의 재료로 한국 전통의 산수와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를 음악에 비유한다면 가야금으로 쇼팽의 녹턴을, 혹은 피아노로 거문고산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在美 화가 한규남씨의 작품을 보면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떠오른다. 동양의 재료인 한지와 먹대신 캔버스위에 아크릴로 그렸지만 그의 화폭에서는동양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올해는 한씨가 미국으로 삶의 둥지를 옮긴지 26년째 되는 해다. 지금쯤이면 고국 산천보다 미국의 광활한 땅이 눈에 익숙할 법도 한데 그의 화면에서는 여전히 야트막한 동산과 계곡, 소나무숲, 기와집 등 한국의 토속적 풍경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 도시 순회전에 나선 그가 30일부터 용산구 한남동 엘렌 김 머피갤러리(☏ 792-7495)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오는 11월 31일까지 두달간 열릴 이 전시회에는 한국의 전통 산수화, 궁중민화를 현대적 미감으로 되살려낸 작품과 세계의 도시풍경을 그린 작품 등 10여점이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1백-2백호가 4-5점씩 연작형태로 이뤄져 1천호가 넘는 것도 있다. 서구적 형식과 재료에 우리 동양화의 진수를 담은 실험적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한씨는 이 전시회의 주제를 `이원일체: 해체와 통합'으로 붙였다. 이 주제는 `동서문화의 접점'을 표방한 자신의 회화세계를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서양 문화의 상반된 요소를 하나로 합치는 것, 즉 이원일체가 나의회화세계"라며 "서로 다른 문화의 양식적 이슈들을 연구 비교하고, 이런 문화들을전이, 해체.통합하여 궁극적으로 새롭게 구성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캔버스위에 아크릴과 유채로 그린 화면은 마치 오래된 고궁을 보는 듯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점묘법을 구사한 일부 작품은 까슬 까슬한 마티에르위로 떠오른 아스라한 형상의 산천과 나무가 전통 산수화처럼 깊은 운치와 여운을 전해준다. 한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지난 72년 渡美, 오하이오 주립대와 동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수십회의 개인전, 그룹전에 참여했다.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서울 전시회에 이어 스위스의 바젤에서도 전시회를 갖는다. 헨리 무어등의 거장이 전시회를 가졌던 뉴욕의 블루 힐 센터에서도 현재 작품전(-10월 15일까지)을 개최중이며 이 전시평이 최근 뉴욕 타임스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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