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펀드, 지배구조 관련주 사냥

"기업 투명성 높여 주가에 긍정적 신호"
SK C&C·삼성SDS·글로비스 대거 편입
CJ·효성·아모레G 등 지주사도 사들여


가치주 펀드가 사들이는 종목 메뉴판에 새로 지배구조 관련주가 올라왔다. 내재가치 대비 가격이 저렴한 일반적인 의미의 가치주에만 주목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주식들의 가치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다. 순환출자 등의 방법으로 복잡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 대신 지주사 형태로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들도 사기 시작했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가치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메리츠·에셋플러스·삼성자산운용 등이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나 지주사를 포트폴리오(자산배분) 편입 상위 종목에 포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지난해 12월 초 기준으로 SK C&C를 3.04% 편입해 가장 큰 편입비중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전략상 특정 주식을 대거 편입하지 않기 때문에 SK C&C 편입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삼성SDS(2.82%)와 현대글로비스(2.2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SK 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43.6%의 지분을 보유해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최근 들어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SK와 합병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17일 상장한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25%의 지분을 보유해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자 투자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들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블록딜 추진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종목이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그동안 국내 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순환출자고리로 얽혀 투자를 어렵게 하는 면이 있었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삼성밸류플러스펀드'도 SK C&C를 3.66% 보유해 SK하이닉스(3.86%)에 이어 펀드 내 두 번째로 높은 편입 비중을 기록했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가치주펀드 시장이 크게 인기를 끌자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가가 높아질 가치주를 찾아 투자하는 신개념 펀드를 선보였다.

그동안 신한BNP파리바·HDC·하나UBS 자산운용 등이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된 주식에 투자하는 지배구조 펀드를 운용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혜주들이 부각되면서 가치주펀드 운용사 역시 지배구조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가치주 펀드는 지주사에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가치주는 일반적인 성장주 펀드와 비교해 사업 내용이나 확장 가능성보다는 기업의 재무상태나 주가 수준을 더 살피기 때문에 기업의 투명성이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특히 지주사 가운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를 넘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주식들이 선호 종목으로 꼽힌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40% 이상으로 높은 지주사들은 차익을 얻으려는 세력으로부터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변동성이 낮은 데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꾸준히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LG와 GS와 같은 기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앞으로 3년간 지배구조개편 이슈가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는 지난해 12월 초 CJ(3.63%), 효성(2.38%), 아모레G(2.30%) 등을 편입했다. 메리츠코리아는 아모레G(2.22%), CJ(2.13%)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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