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관세행정 리더로 도약하는 한국-김낙회 관세청장


브라질 제3의 도시 헤시피는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다. 국제공항과 항구를 지닌 브라질 북동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인구는 150만명 규모다. 도시의 섬과 내륙을 연결하는 수많은 다리 덕분에 '브라질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지난주 인천공항을 출발해 30여시간을 비행기로 날아가 헤시피를 찾았다. 현지에서 열린 제72차 세계관세기구(WCO) 정책위원회 참석 때문이었다. 정책위원회는 WCO 179개 가입국 가운데 6개 지역 의장국과 지역별 24개 정책의장국 등 31개 회원국의 관세행정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다. WCO의 최근 활동 실적과 계획을 검토하고 국제 관세행정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WCO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의장국으로 활동한다.

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해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원활화 협정 이행 방안과 전자상거래 급증에 대한 관세당국의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우리는 원산지와 품목 분류 결정 등 우리 관세행정의 발전 경험을 발표해 참석한 회원국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개최국인 브라질과 카메룬· 페루·가나의 관세행정 책임자들과 양자회담을 열고 우리 수출 기업의 통관 애로 해소 문제도 집중 협의했다.

3일간 진행된 회의 내내 느낀 것은 부쩍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었다. 각국 대표들은 필자에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 전자통관 시스템 '유니패스'에 대한 소개를 요청했다. 성실무역업체(AEO)제도 운영 경험 등도 물었다. 특히 관세청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에 대한 감사와 교육 요청이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관세청은 개도국 직원들에게 각종 교육을 통해 선진 관세행정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올 한 해만 해도 베트남과 가나·몽골 등 61개국 422명의 세관 직원들이 교육을 받았다. 통관 절차와 세금 징수, 마약 단속기법, 사이버 밀수 단속기법 등 관세행정 전반에 걸쳐 교육이 진행된다. 지난 2011년부터는 한국이 지원하는 세관협력기금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도국 세관행정 발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 세관 직원을 국제 교관으로 파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도국 관세청 고위직 대상 장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개도국 관세청 국장급 이상 고위직 10여명을 선발해 8주간 AEO와 지식재산권, 수출입통관 과정 등을 집중 교육해 세계 시장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개도국 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은 이들이 한국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불투명한 통관행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한국에 우호적인 현지 세관 직원들은 큰 도움이 된다. 내년에는 개도국 지원 사업을 주도하는 WCO의 국장급 직위에 우리 직원이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모두 세계 관세행정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일이다. 우리가 세계 관세행정을 선도하는 리더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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