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항의에 뿔난 미국, BNP파리바 벌금 160억달러로 올린다

미국내 달러 송금 일시 중단
최고경영진 기소 카드도 검토
"더 이상 저항 말라" 강력 경고

미국 당국이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에 은행권 사상 최대 규모인 160억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당초 알려진 100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프랑스 정부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로이터는 "미국의 제재조치를 받은 이란·수단 등이 미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BNP파리바가 불법으로 도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160억달러가 확정될 경우 단일은행에 부과한 벌금 가운데 최고액이다. 지금까지는 JP모건체이스가 금융위기 이전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부실판매로 낸 130억달러가 최대 규모다.

나아가 미 당국은 BNP파리바의 미국 내 달러 송금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뉴욕을 통해 매일 수조달러를 송금하는 BNP파리바로서는 막대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 법무부는 BNP파리바의 최고경영진을 기소하는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 당국의 무차별적 공세가 BNP파리바에 '더 이상 저항하면 본때를 보일 테니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보내는 무언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100억달러 정도의 벌금액을 받아들이고 유죄를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는 것이다.

현재 BNP파리바 문제는 미국과 프랑스 간 외교갈등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일 만찬에서 당시 100억달러로 예상됐던 벌금 규모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으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금융당국과 검찰 조사에 개입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로이터는 "미 법무부는 (월가에 비판적인) 정치권의 압력에 대응해 벌금액수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대형은행 최고경영진을 감옥에 보낸 적은 없다"며 "시장에서 순기능도 큰 (BNP파리바 같은) 금융회사를 아예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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