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간 재벌구조조정

재계도 심기일전하여 그동안의 국민적 약속에 걸맞는 수정안을 제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정부의 반려 이유로 보아 금융지원만 바라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이나 손실부담 의지가 없으면 다시 수용은 힘들 것같은 예감이 든다. 정부는 최근 재벌개혁과 관련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3년간 한시적이긴 하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좌추적권이 허용된 것도 그런 뜻이 담겨있다. 경쟁력있는 업종에 주력치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조정 약속을 이행치 못한 조흥은행장이 퇴임한 것도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로 볼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0일 『과감한 기업개혁만이 우리 경제가 사는 길』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더이상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물론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기준으로 밀어붙인다는 재계의 불만도 이해할만 하다. 특히 석유화학업종을 금융지원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은 7개업종 빅딜 전체를 무산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수정보완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자구노력을 잘 할 경우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첫 계획서를 보고 아예 돈을 못주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항공기 등의 사업전망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일관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자율 구조조정이 최선이겠으나 자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작동할때까지는 어느정도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재계의 구조조정안대로 할 경우 과연 자력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구조조정업체의 부채를 다른 계열사가 떠안는데는 주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채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기에 앞서 부채의 상당부분을 떠않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혜시비가 나오는 것도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시대정신에 맞지않다. 5대 그룹은 워크아웃까지 갈 것없이 요즘 유행하는 분사(分社)는 물론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 과감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타율보다는 자율이 좋은 것은 구조조정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재벌이 무리없이 저렴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 숨통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가 재계와 정면대립을 하면 경제회생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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