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창원이 경제에 던진 메시지

어딜 가나 탈옥수 신창원 이야기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친구모임에서도 으레 신창원은 화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어떤 사람은 신창원 스토리를 소설이나 영화화하면 떼돈을 벌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그의 탈주극과 도피생활이 드라마틱하다는 이야기일게다. 실제로 탈옥수 신창원에게는 섹스·돈·폭력 등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3박자를 고루갖춰 한때 국내영화팬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홍콩 르와르」 영화같은 요소가 있다. 그렇다고 그를 홍콩 영화속의 영웅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중 탈옥한 흉악범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범죄세계에 빠진 것을 가난과 환경 탓으로 돌렸다. 암울했던 상황을 한편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런 변명은 소년소녀가장 등 그보다 훨씬 어렵고 거친 환경속에서도 꿋꿋하고 성실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창원이 검거되면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해야하는데 오히려 답답함을 느낀다. 검거현장에서 나온 뭉칫돈이 얼마전 붙잡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고관집 전문털이범 김강용과 겹쳐지면서 우리사회가 비정상이고 돈의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김강용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때 그는 자신있게 범죄사실을 털어놓고 절도액수를 더 부풀리려고 애쓰는 등 당당한 모습이었다. 반면 그에게 집을 털린 고관들은 「달러가 없었다」 「그런 거액이 아니다」등 오히려 피해액수를 줄이느라 안간힘을 썼다. 신창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거직후 신창원의 일성은 『담담해요』였다. 반면 신이 갖고있던 돈다발과 관련, 「속이 타고 떨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현행범이라도 자신의 범죄사실이나 여죄(餘罪)를 숨기려는게 범죄자들의 속성이다. 그런데 오히려 범죄자는 떠벌리고 동정과 위로를 받아야 할 피해자는 신고조차 않거나 의혹어린 눈길의 대상이 되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 그게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부자이니까 그런 정도의 돈은 털려도 그저 액땜했다고 치부해버렸을 수도 있다. 또 신고할 경우 범인의 보복 등 후환이 두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신에게 거액을 강탈당한 예식장업자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후환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돈의 「색깔」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게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땀흘려 일하고 제대로 세금내면서 모은 깨끗한 돈이 아니라 탈세·뇌물 등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검은 돈이기에 강도의 보복이 아니라 세무서나 검찰의 자금출처조사 등 「당국의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맞는 것이든 틀린 것이든 우리사회는 이런 인식이 만연돼있다.신창원사건은 우리사회가 불신이 횡행하는 「병든 사회」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신창원이 던진 또하나의 메시지는 퇴장(退藏)자금 문제다. 김강용과 신창원의 사건은 장롱이나 금고속에 숨어있는 돈이 많다는 막연한 추측을 현실로 보여줬다. 문제는 이렇게 숨어있는 돈의 규모다. 김강용이 털었던 고관의 집과 신창원이 강도짓을 한 예식장업자와 재벌총수 조카의 집에서 수천만원의 돈다발이 튀어나왔다. 이로 미뤄볼때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거액의 현찰을 보관하고 있으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해준다. 실제로 어느 대기업의 창고에 숨겨져있던 200여억원의 전직대통령 비자금이 쏟아져 나온 적도 있다. 퇴장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금융계나 재계인사들은 그 규모가 최소한 수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돈은 돌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돈이 깊은 곳에 숨어있으니 경제효율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퇴장자금이 산업자금화된다면 우리경제의 체질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부의 정당성 확보와 함께 숨어있는 돈이 얼굴을 드러내게 만들어야 한다. 깨끗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려는 노력,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전환과 함께 퇴장자금 발생의 원인과 이를 시장에 내놓게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범죄자가 큰소리치고 피해자는 속을 끓여야하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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