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단자위권 법안(안보법안)의 국회 참의원 통과는 자위 차원의 무력행사만 가능했던 평화법안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이 직접 침략당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특정한 요건을 갖추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된 셈이다.
안보법안은 일본이 '자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태'로 인정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구상 어디에나 자위대를 파견해 미군은 물론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자위대의 해외 파견도 수시로 가능하게 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해외 파견하려면 그때마다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각의 판단과 함께 국회의 승인만 있으면 언제든 자위대를 해외로 파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까지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군국주의 부활'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안보법안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이뤄진 것이어서 아시아 지역에서 군비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좀 더 밀접해지려는 중국과 한미일 공조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법안의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쟁의 포기는 물론 전력(戰力)도 보유하지 않겠다는 헌법 제9조가 사실상 용도폐기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만든 무력공격사태법의 경우 직접 공격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본의 존립 위협 시' 다른 나라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중국이나 북한이 미군과 전투를 벌일 경우 제3자인 일본이 두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존립 위협'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는 해석하기 나름이어서 별다른 구속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보법안 통과에 대한 일본 내 비판도 거세다. 다카미 가쓰도시 조치대 헌법학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안전보장 관련 법안은 두말할 필요 없이 위헌"이라며 "입헌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지금의 현상은 일본이 '법의 지배'가 아닌 '사람의 지배'를 받는 국가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사설을 통해 "자민당은 국민 뜻과의 괴리를 자각하면서도 참의원 특별위원회 표결을 강행했다"며 "이래서는 아베 총리가 강조한 민주주의를 존중한 결과라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