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을 보는 시각이 악화하고 있다. 토머스 번 부사장(국가신용등급 평가담당)은 2일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탄도탄 개발 시험을 재개할 경우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 부사장은 “북한이 고농축 우랴늄 개발을 인정한 것은 94년 미ㆍ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뉴저지주 포트리 힐튼호텔에서 재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개혁되지 않았고, 개혁될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서 “북한은 한국과 인근 국가의 투자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강연은 지난 2월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2단계 하향조정한 이후 나온 것이다. 다음은 강연 요약.
▲신용전망 하향조정 배경= 한국의 국가신용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은 북한의 미래 행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응은 미국에도 위협적이다.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에 북한 문제는 급격하게 악화했다. 노무현 정부의 포퓰리즘적 정책 방향과 SK 글로벌의 회계 부정, 반미 시위등은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3월에도 미-북 관계에 긴장이 고조됐지만, 한국은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자격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 핵 문제= 현재의 북한 문제는 94년보다 발전돼 있고, `도발적(provocative)`이다. 북한이 고농축 우랴늄을 개발을 인정한 것은 94년 미ㆍ북 합의를 불이행하고, 한국과의 불가침 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무디스는 북한이 플루토늄 처리시설을 재가동하고, 장거리 탄도탄 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할 경우 국제사회가 규정한 `레드라인(red line)`을 넘어서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두가지가 발생할 경우 신용평가위원회를 열어 한국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의 반응을 모두 고려할 것이다. 북한에겐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 북한 핵 위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북한도 미국과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선의 여지가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여전히 높은 단계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다. 최근 한ㆍ미 간에 문제가 있었지만, 양국 동맹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한국 경제가 건실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 재배치, 철수= 주한 미군 재배치는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주고, 이에 따른 한국 경제 부담이 커질 것이다. 만일 주한 미군 철수가 거론될 경우 우리는 한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신인도등을 재검토할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 한국의 햇볕정책은 북한에 다소의 변화를 주었지만, 소기의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햇볕정책은 미국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후 한ㆍ미 간에 견해 차이가 생겼고, 9.11 테러 이후에 북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이 강경하게 선회하면서 견해차가 벌어졌다.
▲북한의 경제개혁= 북한은 경제를 개혁할 의사가 없고, 아직도 전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개혁을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한반도와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투자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한ㆍ미 관계= 노무현 정부 출범후 한미 갈등의 갭이 줄고 있다. 윤영관 외교부장관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 한미 동맹 관계의 강화를 강조했다. 강력한 한-미 동맹관계가 한국의 안보해결에 중요하다. 한국 주변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등의 강대국이 있지만, 미국만이 한반도 통일에 호의적으로 기여할 능력이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