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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이나 카카오톡과 같이 청소년들이 자주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른바 '패드립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패드립은 '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차마 입에 올리기가 어려운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를 모욕하는 글들이다.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부모가) 뒈졌으면(죽었으면) 좋겠다'든지, 부모를 빗대 'XX같은 것 때문에 나만 개고생' '엄마 X새끼가 갑자기 말 걸어서 짱 났음' 등이다. 일부 철없는 청소년들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심지어 패드립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부모와 선생님을 욕하는 패륜카페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유명 인터넷커뮤니티에 '순천제일고 패륜동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동영상에는 한 학생이 노인에게 막말을 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담겼다. 여론이 들끓자 해당 학교는 이들 학생에게 등교정지와 전학권고 등 사실상 퇴학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왕따'나 '빵셔틀'과 같은 용어는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사이버상에서 한 학생을 집중적으로 괴롭힌다든지, 패드립과 같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죄의식 없이 집단적으로 행하는 등 청소년들의 탈선 행태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고 이에 따른 신조어도 거의 매일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황폐해지는 청소년들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성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물론 그동안 한국의 교육과정에는 늘 인성교육이 포함돼 있었다. 1946년 열린 조선교육심의회는 교육의 방향을 '홍익인간'으로 잡았으며 1968년 제정된 국민교육헌장은 '바람직한 인성과 도덕성ㆍ사회성을 중시하는 인간교육'을 강조했다. 그 뒤로도 '전인교육' '창의ㆍ인성교육'으로 표현은 바뀌었지만 인성교육은 늘 교육과정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성적과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인성교육은 항시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덕이나 윤리 과목은 시험을 위한 지식으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몸으로 습득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이들 과목의 수업시간은 학생ㆍ학교ㆍ학부모로부터 외면 받아 국어ㆍ영어ㆍ수학을 공부하는 자습시간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학교폭력 문제와 함께 인성교육 부재에 대한 지적이 일자 교육 당국은 지난해 7월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교육 목표에 '바른 인성의 함양에 중점을 둔다'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 '더불어 살아가며 협동하는 태도를 기른다' 등의 내용을 추가하는 식이다. 또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학생의 체육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스포츠클럽 등의 체육활동을 통해 긍정적 사고와 자아 존중감을 갖게 하고 불안이나 분노를 없애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폭행 등 교권침해 행위를 했을 때 강제로 전학을 보내는 등의 매뉴얼을 지난 2월 마련했고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폭력 기재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걱정스런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박종효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든데다 교사나 학부모는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학생부 기재 등의 조치는 선기능이 아니라 벌처럼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을 더 범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의 틀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징계 등의 처벌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생활 자체가 바뀌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교는 자체적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전남의 화순제일중학교는 한 달에 두 번 축구와 도미노게임 등의 단체경기를 반별로 시행한다. 2학년은 담임 교사와 함께 1박2일 심성수련캠프를 떠난다. 전학년이 동시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급씩 가도록 해 같은 반 급우들은 물론 담임 선생님과도 보다 친밀해질 수 있도록 했다. 인성교육 전문강사를 초청해 역할극 등의 인성교육프로그램도 수강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70%가 "협동심과 친화력이 강화됐고 자아발견의 계기를 가지게 됐다"고 답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윤선영 화순제일중 교사는 "올해로 3년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하니 아이들이 적극적ㆍ긍정적으로 변한 것을 직접 체감한다"며 "1학년 때부터 인성교육을 받은 현 3학년 학생들의 태도가 이전 학생들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욕설로 얼룩진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개선하는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인천 작전초등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먼저 바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솔선수범을 보여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개선시키는 '윗물ㆍ아랫물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일년에 두 번 교사와 학부모는 '바른 사용 언어 연수'를 받고 매주 화요일에는 텔레비전ㆍ인터넷ㆍ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미디어 프리데이'를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하교 후 가정에서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학부모로부터 미리 서약서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하고 있다.
두 학교의 사례처럼 전문가들은 인성교육은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학교 밖과 긴밀한 협조를 이뤄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육단체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찬승 대표는 "인성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사가 맡아야 하지만 학교와 교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분석해야 한다"며 "교사는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의 장애에 대처할 전문성이 없는 만큼 정부가 청소년 상담사ㆍ심리치료사ㆍ정신과의사 등으로 구성된 개입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숙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아동의 인성은 대부분 가정에서 형성되며 폭력ㆍ일탈학생의 행동 원인도 대부분 가정에서 연유하는데 지금은 모든 책임이 학교에만 부과되는 분위기"라며 "인성교육은 단순히 학교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가정과 사회가 주도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고 학교가 이에 호응하는 형태인 일종의 사회운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