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에 듣는 내년 경제] 한국경제 터닝포인트… 부동산·서비스산업 규제 확 풀어라

글로벌경기 회복세 워낙 약해 선진-신흥국 통상마찰 가능성
탈산업화·고령화 시대 맞게 노사관계 규제도 개선 필요


내년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2.0%)와 올해(2.8%, 한국은행 전망)에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가 내년에는 3%대 후반 혹은 4%대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에 잠재성장률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첫해에 겪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선진국형 경제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안착 시킬수 있을지도 2년 차인 내년에 결판 날 공산이 크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에게 내년 경제전망을 묻자 이들은 하나같이 불투명한 대외여건부터 걱정했다. 미국의 경기회복과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만만찮은 회복경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고 했다. 과도한 규제 수위를 낮추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토대를 닦을 수 있다고 했다.

◇5년 침묵했던 선진국 돌아온다…우리 경제 '반짝 성장' 경계해야=내년은 선진국 중심의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연달아 터진 악재에 선진국은 지난 5년간 침체의 터널을 지나왔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세계 경제는 2009년 어렵다가 2010년 반등했는데 2011~2013년 3년간 다시 헤맸다"며 "내년에는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괜찮고 신흥국은 부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내년에는 지난 5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했던 선진국이 돌아온다"며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유럽의 그리스·포르투갈 같은 재정위기 국가는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인 것은 맞는데 회복세가 워낙 약한 탓에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상마찰도 우려된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한 보호주의 공세를 지속할 수 있다"며 "무역 주도로 성장하는 우리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경기순환주기상 저점에서 고점까지 30개월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확장기가 2015년 3월에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체감할 만할 때 끝나버리는 '반짝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원장은 "통화정책에 있어서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안 좋아질 때 떨어뜨릴 여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낡은 부동산, 노동 규제 뜯어고쳐라=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의 비현실성을 질타했다.

윤 원장은 "지금은 투기꾼이 전월세 주택 공급자가 됐다는 사실을 직시하라"며 "부동산보다 투기적 성격이 더한 주식은 양도세도 안 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값이 2~3% 오르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부동산 상승률 목표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원장은 "현재 노사관계 제도는 전부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탈산업화시대·고령화시대에 걸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경제참여와 고령화 사회에 맞지 않는 경직된 제도를 유연화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노사 간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늦으면 늦을수록 기업과 근로자가 떠안게 되는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 먹거리, 내년에 승부 봐야=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수출이 이끄는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원장은 "한국경제 수출이 올해 5%대 증가율로 마무리될 듯한데 내년에는 8% 정도 증가할 것"이라며 "수출증가에 힘입어 설비투자도 늘고 소비도 증가하면서 GDP 성장률이 올해 2.7~2.8%에서 내년에는 3.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라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준경 원장은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서비스업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제조업 부가가치의 30%가 서비스에서 백업된다"며 "서비스업이 규제개혁을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면 제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KDI는 의료를 산업 측면에서 보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며 "교육 역시 대학교육제도에 초점을 맞춰 시장이 원하는 인력을 채울 수 있는 개선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업들이 체감하기 힘든 창조경제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최 원장은 "정부가 창조경제의 판을 짜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업가 정신을 부각시켜서 민간이 이끌어가도록 하는 구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며 "창조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내년에 반드시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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