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을 찾아서] 아이디알코리아인간게놈지도 공개를 계기로 신약ㆍ신물질 개발에서 속도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디알코리아(대표 한철규)처럼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이용해 기존 물질에서 새 효능을 찾아내거나, 신약후보물질을 단기간 안에 도출해내는 벤처기업의 '주가'도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각종 유전자ㆍ단백질ㆍ화합물의 염기서열ㆍ구조ㆍ기능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컴퓨터로 약물표적 규명, 약물구조 설계는 물론 인체 내 발현양태 예측까지 척척 해내 의약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알코리아는 국내 최고 수준의 생물정보학 전문가 10여명이 지난해 1월 설립한 회사로 신물질 개발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했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첨단 무기'는 3차원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 소프트웨어 '진리드(Genelead)'. 진리드는 각종 질병관련 유전자ㆍ단백질과 그 발현을 억제하는 300만건의 3차원 화합물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컴퓨터상에서 신약 선도물질(예비후보물질) 등을 발굴하고 구조설계, 약효검사 등을 수행한다.
크레이급 슈퍼컴퓨터와 연산속도가 비슷한 '오리진200 서버', 1대에 4,000만원이나 하는 실리콘그래픽스사의 워크스테이션 12대가 이를 지원한다. 첨단 무기 사용으로 실험실에서 수년간 화학약품 등과 씨름 해야 쓸만한 신약 선도물질을 찾아내던 것이 몇 주일이면 가능해졌다.
아이디알코리아는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물질을 개발해 국내외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한편, 단기 수익사업으로 고객업체들의 입맛에 맞는 신물질을 발굴해주거나 기존 물질의 적응증을 늘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신물질 등을 찾아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받으면, 그 질환에 특별히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다른 사람ㆍ동물의 것과 비교한다.
비교대상 중 3차원 구조가 밝혀진 유전자ㆍ단백질을 참고해 질환유발 유전자ㆍ단백질의 입체구조를 만들고, 진리드를 활용해 그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화합물을 찾아낸다.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스크리닝과 제휴 벤처ㆍ제약업체의 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약효를 검증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신약선도물질이 개발되면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기술을 이전하게 된다.
아이디알코리아는 이미 새로운 골격의 선도물질 8개를 찾아내 국내 12개 대기업 및 바이오업체와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합성과 약효검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암세포가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새 혈관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은 한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했다.
아이디알코리아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달 1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idrtech.com)를 통해 진리드의 일부 샘플을 공개 서비스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질병 유발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화합물DB에 접속, 연구 중인 물질의 상용화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다.
또 오는 8월까지 다양한 질병관련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해 DB화 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200여개 ▦2004년 8월까지 1,000여개의 질병관련 단백질 3차원 구조 등을 담은 DB를 구축, 진리드의 기능을 보강할 계획이다.
한철규 사장은 "항암제, 간염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등 20여개 세부과제를 추진 중"이라며 "기존 약물에서 알려지지 않은 용도를 발굴하거나, 화학구조를 바꿔 신약으로 개발하는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목 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 특정 질병치료제를 다른 질병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형, 용도변경특허를 낸 뒤 신물질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며 "오는 9월 이전에 (살충제 성분서 질병치료 후보물질을 얻는 식의) 기막힌 용도변경특허 출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능이 밝혀진 질병관련 유전자ㆍ단백질과 다른 유전자ㆍ단백질의 서열ㆍ구조 등을 비교분석해 그 기능을 밝히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김 소장은 ▦다양한 유전자간 비교분석(~2001년 8월) ▦암-고혈압 등 질병관련 단백질간의 3차원 구조 비교분석(~2004년 8월)을 통해 질병 예방ㆍ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되, 그 전이라도 선도과제는 분석이 끝나면 사업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디알코리아는 지난해 세계 최고의 3차원 영상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SGI(실리콘그래픽스)사의 국내 자회사인 SGI코리아 등과 제휴, 컴퓨터 영상솔루션 및 응용프로그램을 확보했다. 또 종근당과 KTB네트워크로부터 32배수로 총 21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한편 생물정보학을 이용한 신물질탐색 방식은 의약품 뿐만 아니라 농약렸옘念신기능 생물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전망돼 산업전반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알코리아는 경기도 과천에 본사 및 제1연구소를, 대전에 제2연구소를 두고 있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