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는 상위권 선주중 한명일뿐"
브리티시오픈 직후 싸늘한 평가
‘이제 더 이상 타이거 우즈(28ㆍ미국)는 황제가 아니다.’
우즈를 저평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황제’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채 ‘언제나 다시 부활할까?’에 관심을 쏟던 골프 팬들이 브리티시오픈을 지켜 본 뒤 “이제 우즈는 그저 상위권 선수들 중 한명일 뿐”이라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골프계 전문가들 역시 객관적인 자료를 들이대며 우즈가 어니 엘스나 필 미켈슨에게도 밀리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일 세계 6개 PGA투어 연합체인 국제PGA투어 연맹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즈는 258주째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러나 2위 엘스와의 격차가 0.94포인트로 좁혀졌고 무엇보다 이 세계랭킹이 2년간의 성적을 누적해 집계된다는 점에서 최근 우즈의 부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브리티시오픈 경기 내용이 결정적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는 분석이다.
우즈는 2년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해 ‘타이거 슬램’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던 2000년과 2001년 같았으면 충분히 살리고도 남을만한 역전 기회를 이번에는 번번이 놓쳤다. 비도 오지 않고 바람이 최악으로 불지도 않았는데 최종 라운드 티 샷은 14번 중 절반이 러프에 떨어졌고 파온에 성공한 것도 18개 홀 중 12개에 그쳤다. 숏 게임으로 그럭저럭 견뎌냈지만 예전의 위력적인 퍼트 또한 온데 간데 없이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놓쳤다. 그는 나흘 내내 로열 트룬의 후반 9홀에서 버디를 단 1개밖에 잡지 못했다. 아무리 인코스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나흘동안 버디 1개라는 기록은 ‘황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앞서 펼쳐진 메이저 대회 기록을 보면 우즈는 이제 엘스나 미켈슨에게 뒤 처진다.
마스터스에서는 미켈슨과 엘스가 1타차로 1, 2위를 기록했다. 우즈는 22위로 마스터스 최악의 성적을 냈다.
US오픈에서는 미켈슨과 엘스가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해 결국 미켈슨이 2위, 엘스는 마지막 날 추락하는 바람에 9위를 기록했다. 우즈는 17위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엘스는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 미켈슨은 1타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를 기록했다. 우즈는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엘스와 미켈슨은 매번 우승 트로피에 손을 넣을 듯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우즈는 항상 우승 경쟁에 끼어 들지도 못한 것이다.
다른 대회 성적에서도 밀린다. 엘스나 미켈슨은 올들어 PGA투어에서 2승을 거뒀지만 우즈는 1승뿐이다. 그것도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니라 매홀 승부를 내는 매치 플레이인 엑센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물론 같은 우승이지만 매치 플레이가 상대방과의 기 싸움이나 대진 운 등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나흘동안 72홀의 성적을 차곡차곡 모아서 승부를 내는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우즈가 이처럼 황제 자리에서 추락한 것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지적된 것처럼 부치 하먼과 결별하면서 샷에 다소 문제가 생긴데다 황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 쫓겨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즈는 최근 샷 하나하나에 감정이 심하게 변하며 카메라 맨이나 갤러리 등 주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심리적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김진영 골프전문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4-07-20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