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 퇴출비리로 임창열 경기지사 부부가 구속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로비자금 조성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퇴출은행들은 주로 영업부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심지어 행장의 로비자금이 궁하면 고객돈을 수시로 빼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은행은 각 지점의 경비까지 끌어모아 행장의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영업부장이 비자금 조성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퇴출은행 간부들에 따르면 은행의 비자금 조성방법은 세가지로 나뉜다.
◇경로1(대출 커미션)= 퇴출은행 간부들은 『퇴출 전에 부실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다급하게 커미션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커미션은 영업점 간부를 통해 행장에게 전달돼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
검찰 수사결과 경기은행이 퇴출 전에 실력자들의 압력에 밀려 억지대출을 해줌으로써 부실을 초래했다지만 대부분은 은행 스스로 비자금 조성을 위해 대출 세일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퇴출된 D은행 관계자는 『커미션 대출은 주로 행장이 신임하는 간부가 지점장으로 있는 점포에서 이뤄지는 게 통례』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퇴출위기에 몰리면 정상적인 대출이라도 회수해야 할 입장인데 오히려 부실대출이 늘었다면 그만큼 조성된 비자금이 많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로2(영업부 통해 조성)= 영업부장은 은행 안에서 「마술사」로 불렸다는 게 퇴출은행 간부들의 전언. 비서실에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행장이 갑자기 돈을 쓸 일(로비)이 생겨 「현금을 만들어 오라」고 전화를 하면 영업부장이 즉시 두툼한 돈가방을 들고 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업부에서 만드는 돈은 직원 또는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커미션 등 변칙수입이 생기면 상환하는 형식으로 처리된다』며 『이 때문에 행장들은 자신의 오른팔을 영업부장으로 앉히는 게 상식이었고 영업부 직원들도 아무런 범죄의식 없이 「공무」로 생각해 왔다』고 털어놨다. 고객이 맡긴 돈을 은행장 마음대로 사용한 셈이다.
◇경로3(소멸성 비용 현금화)= 은행 전 조직이 가담,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진 비자금 조성 경로다. 본점과 지점의 경비 가운데 일부를 행장이 갖다 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장이 경비를 비자금으로 많이 쓸수록 직원들은 친지들로부터 더많은 「영수증 수거」에 나서야 한다. 비용갹출은 주로 영업부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한 캠페인으로 진행되는데 행장에게 경비를 빼앗긴 점포로서는 돈을 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온갖 영수증을 수집하게 된다.
경기은행이 지난해 퇴출 직전 190여 지점으로부터 500만원씩 걷어 10억원 가량의 로비자금을 조성한 것도 이같은 형태. 이 은행 출신 관계자는 『퇴출위기 전부터 비용갹출은 일상화돼 있었다』며 『행장의 부족한 판공비를 채우는 데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