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색동 밀랍 이카루스

김성수 기자 <사회부>

‘한국 노동사에 길이 남을 잔인한 파업이 될 것이다’ ‘회사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17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 전 이처럼 단호한 어조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다분히 의도적인 멘트를 날렸다고 하더라고 노조의 경고에는 대립과 반목만 있을 뿐 승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생결단의 각오뿐 등 돌린 여론을 돌려 세울 의지는 담겨 있지 않았다. 이 같은 자세는 사측도 마찬가지. ‘할 테면 해봐라.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가 단호하다. ‘이번에 물러서면 앞으로는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자존심도 이번 파업의 배경에 짙게 깔려 있다. ‘귀족노조’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는 조종사 노조나 ‘귀족노조’를 부각시켜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사측의 전략은 승객을 볼모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애당초 승객은 안중에 없었다. 승객을 너머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뒷전이다. 7일 24시간 시한부 파업 당시에도 노사 양측은 타협점을 찾기보다 여론의 향배에 눈을 돌렸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중 부수적인 항목을 부각시켜 언론을 움직이게 했고 노조는 핵심 쟁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시한부 파업 이후에도 단체교섭은 파행을 거듭했다. 사측은 교섭 시간을 언론에 먼저 알려 노조를 자극하는가 하면 노조 위원장은 협상테이블에 나타나지도 않은 등 무성의함을 보였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에게 교섭에 대한 의지나 성의가 없다고 외칠 뿐이다. 대화의 장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하지만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의 주장만 관철시키겠다는 자세로 서로의 감정만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파업은 파행 운항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긴다. 노사 양측뿐만 아니라 국민과 항공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깊은 생채기를 낸다.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에 임해야 한다. 잠시 잊고 있었다면 항공산업이 국민이나 국가경제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아울러 색동 밀랍 날개를 달고 있는 아시아나 노사는 서로가 긋고 있는 평행선이 태양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카루스의 후예가 썩은 미소를 날리며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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