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 日넘어 세계로

우리기업 일본벽 넘어 세계로반도체·LCD·철강·조선등 기업가치 日완전 추월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에 도전한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1ㆍ4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에 힘입어 부채 비율 등 재무상태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면서 일부의 경우 이제 '기업가치(Cooperate Value)'에서도 일본을 앞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일본의 기세에 눌려 있던 자동차ㆍ 전자부문도 기술개발 능력을 강화, 판매증가율이 빠르게 신장하고 있어 5~10년이면 일본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반도체와 철강ㆍ자동차ㆍ조선ㆍ전자(LCDㆍ액정표시장치 포함) 등 국내 주력 업종의 대표기업 실적을 일본 기업들과 비교한 결과 상당수가 지난해 말과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이들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파악한 결과 삼성전자(4위, 4.1%)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 NEC(6위, 3.5%)를 제쳤다. 삼성은 인텔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인 도시바(4.4%)와의 격차도 근소한 수준으로 따라붙었다. 특히 메모리 부문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현재 매출 48억3,500만달러(시장점유율 17.98%)로 9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중 D램부문에선 일본이 완전히 '패전'을 인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폭발적인 호황을 구가중인 LCD업종은 지난해 말을 고비로 한국이 세계 1위(중대형 기준) 자리를 굳혔다. 1, 2위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두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8%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2000년 말까지도 중대형 LCD부분 세계 10위안에 7개 업체가 포진했으나 지난해 말엔 4개로 줄었다. 한일간 전자ㆍ정보통신의 실적은 삼성전자와 소니의 경영성과를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중 1조9,100억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둔 반면 소니는 겨우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이다. 특히 정보통신 부분에선 152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전부분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고가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철강과 조선의 경우 일본을 극복한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8,1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일본의 ▲ 신일철(-280억엔) ▲ NKK(- 190억엔) ▲ 가와사키(-170억엔) 등을 2년 연속 큰 차이로 이겼다. 조강생산량에서도 지난해 2,780만톤으로 2000~2001년 일본에 넘겨줬던 세계 1위를 되찾았다. 특히 조선의 경우, 설계와 장비ㆍ부품 등 핵심기술에서 일본을 앞지른 데 이어 수주 물량도 99년 이후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값싼 이미지로 세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자동차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판매대수와 시장 점유율에선 아직 일본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지만, 판매증가율과 기술 개발 능력에선 일본을 맹추격 중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22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971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9.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일본 최대였던 혼다(8.8%)를 앞질렀다. 한국 업체들이 이처럼 일본 따라잡기를 가시화하면서 외신들의 관심도 각별해지기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일본이 배워야 할 모델로 성장한 한국'이란 기획기사에서 "한때 일본의 그늘 아래 숨죽여 지내던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으면서 이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영기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