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모태`인 제일모직이 반 세기 역사에 일단락을 짓는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제일모직은 54년 설립 이래 유지해 온 `제일모직` 이름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현재의 이름이 변모해 온 회사의 면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주들의 지적. 하지만 `낡은` 사명을 하나 둘 변경하고 있는 그룹 차원의 움직임 때문에도 제일모직의 CI는 예전부터 거론이 돼 왔다. 우선, 화학과 패션사업 비중이 총 86%에 달함에도 불구, 비중이 11% 밖에 안 되는 직물 사업을 사명에 내세울 필요가 있냐는 주주측 요구에 따라 올 초 이래 내부 검토작업을 벌여 왔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주주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제일모직` 이름을 고집하기 보다는 모기업인 `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을 회사측에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의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계열사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제일모직 외에 삼성전기의 사명 변경과 호텔 신라의 법인명 변경 등을 함께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 계열사중 제일모직과 함께 `제일`이라는 이름을 고집하고 있는 제일기획도 내년 중 사명 변경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제일모직은 제일기획을 통해 그동안 물색한 수십, 수백가지 회사명 후보가 세계 각국의 기업명과 중복되는지 여부를 검색중이다. 최근 사내 공모에서는 `삼성 F&C(fashion & chemical)`, `삼성C&F` 등이 거론됐지만 다른 패션 회사명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탈락됐다는 후문. 회사 관계자는 “중복 여부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후보명이 20% 선으로 압축될 것”이라며 “내달 말에서 9월 초까지 검색작업을 마무리지으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큰 맘 먹고 실시하는 CI가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지 여부다. 50년간 쌓아 온 `제일모직`의 대고객 이미지와 신뢰를 감안해 내부에서도 사명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던 것이 사실. 그룹의 모체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도 부담은 만만치 않다. `안 하느니 못한`결과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제일모직의 발걸음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