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유로 푼다… 유럽도 경기부양 모드로

ECB 국채매입 예고에 獨 100억유로 규모 재정지출 확대 방침
부양 반대하던 獨 고집 꺾어 드라기, ECB 분열 우려 진화
양적완화 기대로 주가 상승… 유로화 가치 2년만에 최저


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유로 규모의 추가 부양목표를 공식화하자 시장에서는 내년 초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미국식 양적완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추가 부양에 반대해온 독일은 고집을 꺾고 인프라 등 공공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이 강력한 경기부양 모드로 접어든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회의에서 ECB 통화정책이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채매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어 "2012년 상반기 수준(3조유로)으로 ECB의 대차대조표를 늘리는 데 대해 통화정책위원 24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ECB 자산규모는 2조유로 수준으로 이 목표대로라면 ECB가 1조유로 규모의 채권 등을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시장은 특히 독일의 입장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성명서에 부양목표가 명시된 점은 그동안 추가 부양에 강력히 반대해온 독일이 드라기 총재에게 동의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WSJ는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스 총재가 이번 합의안 도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관계자의 말을 빌려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2개월 전부터 2012년 수준으로 자산규모를 늘리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지만 이는 위원회의 결정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발언이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드라기 총재가 1조유로의 추가 부양목표를 공공연히 밝힌 데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일부 중앙은행 총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드라기 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 내부 분열 우려를 불식시키고 추가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데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ECB는 물가를 끌어올리고 경기를 부양하자는 데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시중 유동성 공급 목표가 2012년 3월 2차 LTRO 시행 직후 대차대조표 수준이라고 콕 집어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ECB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이 시행한 국채매입은 우리도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밝혀 ECB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환·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유로화는 0.6% 하락하며 유로당 1.239달러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식시장도 환호하며 독일·프랑스·영국 증시가 0.4~0.6% 올랐다.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진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퀸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대규모 국채매입은 시행시기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그 그라머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의) 회견에서 그런 시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내년 초 완전한 양적완화가 실행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이날 추가 공공투자 방안을 발표하며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부양에도 시그널을 보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2016년 세수전망을 밝히면서 1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공공투자 계획 방침을 밝혔다. 쇼이블레 장관은 "추가 재정지출은 유럽 경제성장을 위한 유럽위원회(EC)의 대규모 투자방안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7일 발표된 독일의 9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4%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2%)에 크게 못 미쳐 독일 경기가 부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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