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들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산업은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로 소위 「묻지마」 투자로 불리는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 통신업체의 주가는 주당 사백만원 가까이 치솟고 있어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거품현상을 경고하고 있다.그러나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관련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또한 이 같은 현상이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것임을 감안할 때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현재가로 할인한 가치로 정의된다. 따라서 최근 정보·통신관련 주식의 급등은 투자자들이 관련 산업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향후 우리 금융산업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를 맞이하며 우리 금융산업은 기존의 경쟁구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체제와 함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실감하기에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점포망을 기반으로 영업해온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급속히 저하시킬 것이며 정보산업, 지식기반산업으로서 금융산업을 새롭게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 전달체계의 정착은 지금까지 금융 소비자의 접점으로 인식하여 온 영업점의 가치를 축소시키는 한편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다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정보의 접근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감소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가을 미국의 은행법 개정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겸업주의는 전업주의를 고수해오고 있는우리 금융기관에게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전격적으로 개방된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겸업화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머지않아 국내 금융산업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기관 겸업화는 금융기관간 전략적 제휴는 물론 인수·합병 등 금융산업 전체의 지각변동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금융시스템이 금융기관의 겸업화를 전혀 불가능하게 제한 해왔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현행 자회사 방식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낙후된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겸업화 정도가 부진한 것은 개별 금융기관의 겸업화에 대한 의지가 박약했던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하면서 이를 통해 새
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이나 서비스의 제공을 도모하기보다는 모회사 임직원의 퇴직대책이나 단순한 규모확대 차원에서 이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될 인터넷 뱅킹의 발달은 금융기관 겸업화 관련비용을 더욱 저렴
하게 하여 겸업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겸업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이종 금융기관간의 물리적 결합이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한편, 소비자들도 단지 컴퓨터 화면의 명령에 따라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이종 금융기관들을 옮겨다닐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선진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더 이상 겸업화를 금융산업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전술한 서비스 전달체계의 발달과 함께 금융산업 겸업화의 진전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금융기관의 다각적 노력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탄생시킴으로써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환경변화는 점포망과 고객기반을 최대의 강점으로 인식해온 국내 금융기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새해에는 모든 금융기관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생존을 위해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고 성 수 (한국금융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