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패션]엘리자베스
르네상스시대 궁중의상 완벽 재현
영화 '엘리자베스'는 한 사람의 '여자'에서 영국의 황금시대를 꽃 피워낸 '철의 여왕'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엘리자베스의 인생 역정을 그린 시대극이다. 특히 이 영화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궁중 의상을 그대로 재현, 눈을 즐겁게 한다.
둥근 호박처럼 패드를 넣어 부풀린 반바지(트루스)에 스타킹을 신은 남성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뭐니뭐니 해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이 볼거리다.
여왕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랑쉬 분)'의 드레스는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달린다.
상체는 있는 힘껏 조이고 스커트속에는 원통형의 '파팅게일'을 넣어 한껏 부풀린 것이 특징. 신체의 곡선을 극도로 과장한 당시의 복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황금실로 넣은 자수, 모피, 보석으로 치장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은 과연 르네상스 복식을 대표하는 주인공답다. 목 둘레에 깁스를 감은 듯한 러프 칼라(풀을 먹여 정교하게 S자로 주름을 잡는다)는 군주로서의 권위를 더해 준다.
그러나 아무리 여왕이라도 이처럼 꾸미는 일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목욕을 하기 위해 빳빳한 코르셋을 벗는 주인공의 얼굴이 마치 갑옷에서 벗어난 듯 후련하다는 표정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엘리자베스는 머리를 자르고 평생 처녀로 살 것을 선언한다. 종교적인 갈등과 국가간의 대립, 정치적인 음모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제2의 성모마리아가 되기로 자청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얀 분칠을 하고 순결을 상징하는 흰 드레스를 입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이 마치 감정 없는 조각상을 보는 듯 하다.
윤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