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최근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며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SK하이닉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동부하이텍 인수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비메모리 사업 강화 방침을 밝힌 SK하이닉스가 동부하이텍 인수에 가장 적극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동부하이텍의 공동 매각 주관사로 노무라증권을 선정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앞으로 한 달 가량 매도자 실사를 실시하고 투자안내문을 발송한 뒤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동부하이텍 인수 후보로는 국내에서 SK·LG·현대자동차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세 그룹 중 SK가 동부하이텍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LG는 내부 검토 중, 현대차는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그룹과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삼성전자 출신의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며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SK그룹은 삼성전자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을 지낸 임형규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해 ICT기술성장추진 총괄을 맡겼으며 SK하이닉스도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을 미래기술전략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가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 영입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해 비메모리 사업을 키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주요 생산제품은 전력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구동칩,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 반도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출신 전문가 영입은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지 당장 동부하이텍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재로서는 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SK와 함께 LG그룹도 시스템 반도체 자체 생산을 통해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동부하이텍 매각 대상에 외국 업체도 포함시키기로 한 만큼 해외 재무적투자자(FI)나 중국·대만 등의 반도체업체들도 인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예상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동부CNI와 동부건설 등이 보유한 동부하이텍 지분 37.16%로 시가 기준으로 약 1,200억원 정도다. 매각 금액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져 결정된다.
한편 동부하이텍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9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19억원, 833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