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생활 속 금융이야기] (7) 늘어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철저한 사전준비가 대책


진시원 금감원 외환감독국 외환조사팀 선임조사역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외환거래의 규모 역시 나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해만 해도 해외 직접투자 신고건수는 총 7,533건이고 투자금액은 230억 달러에 이릅니다.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소득수준도 올라가면서 해외로 여행을 하거나 유학을 가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외국에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람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1999년 4월 외국환관리법이 외국환거래법으로 바뀌고 꾸준히 외환자유화 조치를 추진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환거래가 보편화됐음에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사례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언론사에서 버진 아일랜드와 케이만 군도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명단을 공개해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줄어들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행위를 조사하는 금융감독원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옵니다. 또 법 위반사실이 적발돼 조사를 받거나 자신의 위반행위를 자진해서 신고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옵니다. 금감원을 방문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법을 몰라서 지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은 무지(無知)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몰랐다고 해서 처벌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교통신호를 위반한 사람이 아무리 그 신호를 못 봤다고 주장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외국환거래법을 몰라서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제재는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해외투자를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 각 국가마다 외국인투자제도도 다양하고, 지켜야 할 법률도 제각각입니다. 외국인이 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현지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만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 같은 현지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무작정 외화를 송금해 투자를 했다가 현지법 위반으로 사업을 못하게 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해 투자금만 날리는 사례도 많습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투자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개인의 외국환거래법 위반비율은 3배가량 높습니다.

따라서 해외투자를 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해외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이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관련기관을 방문해 컨설팅을 받거나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이를 통해 진출하려는 나라의 법제도와 유의사항을 철저히 점검해야 투자실패나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환거래법은 외환거래를 무역거래와 무역외거래 및 자본거래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자본거래란 무역거래와 무역외거래를 제외하고 해외예금과 외화의 차입ㆍ대여, 증권의 취득, 해외부동산의 취득 등을 의미합니다. 자본거래를 하고자 할 때는 무역거래나 무역외거래와 달리 그 내용에 따라 은행이나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본거래 중에서도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의 거래는 그 투자결과에 대해 사후보고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규제의 차이를 악용해 자본거래를 무역거래나 무역외거래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본거래를 무역거래나 무역외거래로 위장해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행위는 당장의 신고의무를 회피할 수 있어 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명백한 위법행위이고 결국에는 그 행위가 적발되어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특히 금감원은 ‘특별관리대상자 지정제도’를 도입해 고의로 주소나 연락처를 바꿔 제재를 회피하려는 사람에 대해 나중에 은행에서 해외송금 등 외환거래를 할 때 보고가 되도록 하는 등 끝까지 추적해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환거래를 할 때는 은행에 거래내용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밝히고 그에 따른 신고와 보고의무 등 관련 법규를 안내받아야 합니다.

외국환거래법은 외환거래를 위축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건전한 외환거래를 투명하고 원활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법입니다. 외환거래를 할 때는 항상 가까운 은행이나 한국은행, 금감원에 사전에 문의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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