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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24일 이후 경제민주화 내용을 최종 확정하고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지배구조 손질을 주장하는 '매파'와 불공정거래 개선에 초점을 두는 '비둘기파'가 모두 경제민주화 내용과 형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서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는 보자기와 같은 특성이 있다. 안에 있는 물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모양도 달라지고 냄새도 달라진다"면서 "보자기 안의 것이 어떤 내용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꾸 공개되다 보니까 오해와 논쟁이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 전ㆍ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금산분리, 순환출자 금지, 대기업 의결권 제한 등 매파적인 방안을 마구 쏟아내는 바람에 당내 갈등이 증폭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효과와 부작용은 어떤 것이고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그대로 자꾸 흘러가는 느낌"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당론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매파의 정치적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법을 강조하는 비둘기파가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 의원들도 대체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통상 분야 전문가인 김종훈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기에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기업 순환출자와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도 혼란이 올 수 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비정규직 차별, 골목상권 등 불공정거래에 무게중심을 두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경제민주화가 성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해야 하고 이것이 오늘의 주제"라며 "의총에서 나온 얘기를 박근혜 후보와 대선공약 추진단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실모 소속 의원들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경실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상민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자리를 떠나자 "어이가 없다. 경제민주화에 앞서 당내 민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경실모에서 제기하는) 경제민주화 얘기를 듣지 않고 떠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경실모 대표인 남경필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에는 재벌의 반칙과 불공정을 해결하자는 데에는 뜻이 같지만 재벌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에도 일정 부분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남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재벌해체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는 "재벌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해체를 하는가"라며 "재벌이 반칙하고 너무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서 위험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경제민주화 논란의 핵심인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선에서 경제민주화 방향을 정한 만큼 급진적인 재벌개혁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부산ㆍ울산 방문길에 나선 박 후보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