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남자들은 도대체 왜 아는 척하는 거야?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창비 펴냄


"올해 마이브리지에 관해서 아주 중요한 책이 나왔다는 거 압니까?"

저자가 영국 출생의 사진작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에 관한 책을 펴냈다고 말하자마자 상대 남성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자신이 아는 '마이브리지의 중요한 책'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저자는 공교롭게도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이 나왔는데 놓쳤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상대가 언급하는 책이 바로 자신이 쓴 것임을 깨닫는다. 보다 못한 동료가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 세 번, 네 번 끼어든 후에야 상대는 상황을 파악한다. 아마도 뉴욕타임즈 북리뷰에 선정될 정도로 중요한 책의 저자가 눈앞의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까웠으리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이 도발적인 제목의 글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이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왜 남자들은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지 못해 안달이 나는 것일까. 심지어 그 주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2010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의 유행은 바로 이 글에서 시작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로 남자들이 무턱대고 여자들에게 아는 척 설명하려 드는 태도를 뜻한다. 물론 저자는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님을 거듭 말한다. 여성 중에서도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감에 넘쳐 상대를 가르치려는 사람은 유독 한 쪽 성(性)에 많다. 같은 맥락으로 여성의 말은 경청되지 않는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 사실과 진실을 안다고 인정받을 권리가 남성들의 교만한 태도에 의해 박탈당하고 짓밟히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권리들은 우리의 생존과 존엄과 자유에 기본이 되는 조건이다.

이런 태도를 몇몇 인간의 결함이 아니라 젠더화된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부자인 자와 가난한 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그 간극이 크기 마련이라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여성보다는 남성들 사이에서 이 책이 화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책에는 이 에세이 외에도 8편의 글이 수록돼 있다. 표제로 선정된 에세이를 중심으로 엮었기에 페미니즘에 관한 글이 많지만 버지니아 울프 등에 대한 예술 비평, 1세계의 3세계에 대한 착취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1만4,0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