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데이터분석 성패 가른다/비전제시·강력한 리더십 참여유도/팀웍 다지기로 자원활용 극대화도많은 유력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기업들은 전에 겪지 못한 위기에서 성장이 아니라 생존자체를 힘겨워하는 상황이 됐다. 최악의 경영환경에 총체적위기를 겪고있다. 위기극복 방안은 없는가. 「스타」를 통해 지금 우리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차범근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으로 경기불황을 겪고 있지만 차범근감독(44)과 축구는 예외다. CF모델로서 그의 인기와 몸값은 치솟고 있고, 축구용품도 호황이다. 「붉은 악마」유니폼(붉은색)은 없어서 못팔고, 적색패션이 인기다. 경기가 있는 주말의 가정은 온가족이 함께하고, 회사에서는 스코어 맞히기내기가 한창이고,판촉이벤트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차감독은 침체된 사회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자신감을 주고 있다. 「차붐」과 축구얘기는 끝없는 정쟁과 경기침체 등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현실에서 살맛나는 화제다. 『정치와 경제가 축구만 같아라』는 말은 전에없이 공감을 얻고 있다.
차감독의 스타일(경영관)은 실리와 효율성 추구이다.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정보화)와 과학적 분석(합리성과 효율성)으로 「감의 축구」「발로 하는 부정확한 스포츠」를 「과학」으로 탈바꿈시켰다. 한국축구의 고질적 병폐인 문전처리 미숙과 골결정력 부족을 보완했다. 선진국의 골결정력(슈팅중 골인의 비율)은 10%선. 역대 우리팀은 5.5%로 절반수준이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해 고전하는 우리기업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차감독은 이를 8.3%까지 높여 선진화에 성공했다. 양(대량생산)의 사고와 관행을 질로, 저부가가치를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
지난해말 만 해도 한국축구의 현실은 요즘 우리경제의 모습이었다. 12월 이란에 6대2란 치욕적인 패배로 「2류축구국」으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축구협회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우리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몬 강경식부총리 등 현 경제팀이었고, 선수들의 실종된 투지와 의욕은 고전하는 기업의 모습이었다.
차감독이 「역대 최약체」로 평가돼 98 프랑스월드컵 본선 진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던 대표팀을 맡은 것은 지난 1월7일. 그는 취임일성으로 『강한 대표팀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과감한 개혁에 나섰다. 그리고 「불패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갑자기 걸출한 스타가 등장한 것도, 일본이나 UAE가 약해진 것도 아니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팀웍을 다지고 시너지를 추구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차감독은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했다. 그는 신인과 노장, 해외와 국내파간의 갈등을 데이터와 분석을 앞세운 엄격하고 객관적인 관리로 조화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월드컵본선에 4회 연속 진출하고, 국민의 성원과 여망에 부응하자』는 분명한 목표(비전)를 제시했고, 스스로 이 비전에 확신을 가졌다. 이 확신은 구성원들의 공감과 자발적 참여를 도출했고 설득력을 발휘했다.
한국축구는 달라졌다. 신인선수의 발굴, 체력의 보강, 집중력향상 등을 보완하면 「월드컵 본선 8강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변신은 고비용―저효율의 경제, 리더쉽 부재와 정쟁과 갈등으로 흔들리는 정치권과 우리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큰 것은 희망이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