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의회진출의 의미와 향후

민노당의 의회진출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상향식 공천, 진성당원제 등과 같은 민노당의 모범적 정당운영방식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서 다른 정당들도 얼마간이든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민노당이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등 서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는 자 신의 노선을 뚜렷하게 천명하고, 현실정치 속에서 자기 노선에 어울리는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하고, 그런 민노당의 소리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주, 그리고 왜곡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이를 지 지하게 되면, 다른 정당들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방향으로 끌려가면서 자 기정체성을 재정립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정당들의정책정당화에 기여할 것이고, 구보수세력의 온건보수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변화들이 누적되면 한국의 정치가 선진 정치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정파도 감히 자유,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들을 부정할 생각을 가질 수 없게 된 가운데, 보수정당과 진보정 당이 구체적 정책들을 가지고 경쟁을 벌이는 그런 정치를 우리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민노당의 의회진출은 노사관계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 로 보인다. 주지하듯이, 1987년의 6월항쟁에 뒤이어 분출된 ‘노동자 대투 쟁’ 이래 한국의 노사관계는 빈번하고 강도높은 갈등을 특징으로 해 왔다 . 노사 양 당사자 사이의 자발적 계급타협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정부가 시도해 온 ‘사회협약’ 역시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있고, 신자유주의적 구 조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수하도 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느꼈던 노동자들의 반발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통한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그와 같은 사정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다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에 원내로 진출하게 된 민노당 의원들이 그동안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던 노동운동 및 농 민운동의 지도자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사실, 바로 그들이 이제 투쟁의 현 장으로부터 민주적 토론의 장인 원내로 진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함축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것은 노사관계에 임하는 노사 양 당사자 모두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향을 갖도록 요구한다. 노동 측은 노동 측대로 이제 부족하나마 제도 정치권 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세력을 갖게 된 만큼, 싸우기에 앞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정책 으로 반영시키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될 것이다. 자본 측의 태도 변화 필요성도 마찬가지이다. 민노당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고, 민노당의 원내정당화가 가시화되자, 재계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있다. 확실히 재계가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가지면서 권력의 보호를 받던 사정에는 이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민노당의 원내 진입은 그와 같은변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계의 우려는 이해되는 바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는 불가역의 대세이다. 재계는이제 대세를 대세로서 인정하고, 노동자들을 대화의 상대방으로서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컸던 나라들 중에는 스웨덴처럼 장기간에 걸쳐 계급타협체제와 산업평화가 유지되었던 나라도 있고, 영국처럼 격렬하고 장기적인 파업이 빈발했던 나라도 있다. 그러므로 진보정당의 등장으로 인해서 당장에 산업평화가 정착될 것이라거나, 노동쟁의가 치열해지게 될 것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요컨대 그것은 노사 양 당사자, 그리고 주요 정당들과 정부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다만, 민노당의 원내 진출을 계기로 우리도 머지않아 민주주의가 상식이 되어 있는 가운데 진보 정당과 보수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자본 측과 노동 측 이 사회 전체의 발전을 걱정하는 가운데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대화하 는 그런 장면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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