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국인의 매수세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다시 나설 수 있을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및 수출주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외국인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며 2.11포인트 오른 642.38포인트로 마감했다. 1조3,000억원대의 매수차익잔액에 따른 부담 속에 프로그램 매물 711억원 어치가 쏟아졌지만 이를 외국인들이 받아내면서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종합주가지수의 상승세는 외국인 매수세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이끌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690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4,500원(1.37%) 오른 33만3,500원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33만6,500원까지 오르며 지난 2일 기록한 전고점 3만35,0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D램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며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추가상승에 나서며 주도주로 부상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지금이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확대에 나설 시점이라는 긍정론과 아직 실적개선 여부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래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아직 실적개선 추세를 확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이 같은 의견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비중확대 의견 잇따라=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CSFB증권은 이날 6월이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기회라고 분석했다. CSFB증권은 “D램 및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의 실적이 올 3ㆍ4분기부터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도 2ㆍ4분기를 바닥으로 3ㆍ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도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을 지지선으로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점차 매물대에 접근하고 있지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2ㆍ4분기 실적보다는 향후 D램 모멘텀과 3ㆍ4분기의 강한 실적 모멘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가격대에서 이익실현에 나서기 보다는 2ㆍ4분기 실적악화 우려와 차익매물로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를 비중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좀 더 기다려라”는 보수적 의견도 많아=반면 최근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추세로 받아들이기는 다소 성급하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추가상승 여부를 놓고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가 주가상승을 이끌기에 미흡하다는 사실”이라며 “기대감으로 오르는 주가는 실적이라는 현실과의 갭으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휴대폰 부문의 실적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2ㆍ4분기 예상실적이 당초보다 낮아질 전망이고 3ㆍ4분기도 7~8월 D램 현물가격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여 낙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와 관련,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는 신규자금 유입에 따른 비중확대라기보다는 제한된 자금 내에서 3월 이후 비중축소 분에 대한 재매입 차원으로 추세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주도주 부상 여부는 이 달 중순께 판가름 날 듯=일반적으로 미래의 기대감을 반영한 주가는 단기간에 강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 만큼 올라 시장 참가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때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펀더멘털로 옮겨오게 마련이다. 삼성전자가 안고 있는 딜레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수세와 IT회복 기대감에 의해 촉발된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후 흐름은 미국 증시가 추가상승이냐 조정이냐의 방향성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이 달 중순께 판가름 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