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저축은행도 할부금융·오토론 시장 진출… 전방위 공격에 시달리는 캐피털사

본업비율 완화 등 요구

캐피털업계의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은행ㆍ보험ㆍ저축은행 등이 경쟁적으로 캐피털업계의 먹거리인 할부금융ㆍ오토론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탓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애니카 자동차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삼성화재의 애니카 자동차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끼고 돈을 빌려주는 '오토론(auto loan)'과 유사한 상품으로 캐피털업계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다.

은행은 일찌감치 오토론 시장 확보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은행의 '마이카 대출'이다. 마이카 대출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취급실적 8만1,203건에 취급잔액이 1조2,770억원이다. 2010년 말 취급건수 1만3,332건, 취급잔액 2,087억원이던 것이 3년 새 각각 509%, 512%나 급성장했다.

업황이 급격히 위축된 저축은행도 캐피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업계에 할부금융 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상호저축은행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부터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업계마저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것에 대해 캐피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업 비율'에 가려 오토론 확대에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1ㆍ2금융사들까지 진출을 확대해 캐피털업계의 이익 전선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캐피털업계는 금융당국에 본업 비율 완화, 단기 렌트업 진출, 취득세 이중과세 폐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1ㆍ2금융권이 영역을 넘어오는 만큼 이를 타개할 무기를 달라는 것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사는 할부ㆍ리스로 등록된 사업 비율을 50% 초과해 신용대출 등 부대업무를 할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다. 중고차 시장 확대로 오토론 취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본업 비율 때문에 맘껏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업권에서는 캐피털업계의 영역을 침범하는 데 반해 캐피털사만 다른 업권으로 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정 경쟁을 위해서라도 본업 비율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업 비율이 더 제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팀장도 "쇼크가 왔을 때 건전성 관리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 개선을 위해 본업을 풀어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1년 미만 단기 렌트업 진출 역시 허용 가능성이 낮다. 2008년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 추진 시 렌트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악재다. 여기에다 리스사가 설비기계 구입 시 내는 취득세를 리스 기간 종료 후 해당 설비 이용자에게 되팔 때 또다시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도 캐피털사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1ㆍ2금융권에 비해 힘이 밀리는 캐피털업계만 고사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