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가 다시 기관과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으며 기어를 후진에서 주행으로 돌려놨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진정되며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가속 페달까지 밟기는 힘들다며 당분간 저속 주행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차는 전날보다 0.58%(300원) 오른 5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째 상승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11거래일만에 기아차를 1만4,044주 순매수하며 주가상승을 도왔다. 기관도 최근 5거래일간 255만주를 사들이며 기아차의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도 전날보다 0.73%(1,500원) 오른 20만6,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기관은 최근 6거래일 연속 83만여주를 사들이며 현대차의 주가상승을 부채질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분위기 반전은 최근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7% 오른 1,097.4원을 기록해 3거래일째 올랐다. 지난해 10월 1,100원대였던 환율이 이달 중순 1,050원대까지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환율이 진정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가 이날 발표한 올해 1월 해외공장 자동차 판매실적이 크게 뛴 것도 외국인의 매수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기아차는 지난 1월 해외에서 22만4,322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7만4,818대)보다 27% 가량 판매가 늘었다.
다만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자동차 판매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를 상승흐름으로 돌려 놓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지만 엔ㆍ달러 환율은 여전히 오르고 있어 일본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주가 반등한 것은 환율우려로 인한 과도한 주가하락으로 일본 자동차주들에 비해 가격매력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엔화약세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는 조정과 단기반등을 반복하는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해외판매대수 상승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판매대수가 지난해 1월보다 늘었지만 이는 중국에서 신차를 살 때 주는 혜택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공장의 판매대수가 늘어난데 비해 1월 소매판매대수는 크게 늘지 않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