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첫 일요일을 맞아 삼종기도를 집전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15만명의 신자 앞에서 교황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은가'라고 말했단다. 교황의 말씀이 반갑다.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인 교황이 약자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세상도 좀 더 나아지리라.
△삼종기도란 카톨릭에서 하루에 세 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종이 울릴 때 드리는 기도를 일컫는다.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기도문이기에 로마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베 마리아'로 부르는 삼종기도에 대한 기록은 7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삼종기도가 문서에 등장한 시기는 13세기 중후반. 월간 카톨릭청년지(1967년 9월호)에는 보다 자세한 연혁이 나온다. 6세기에 동방(콘스탄티노플)교회에서 저녁 종이 울릴 때 드리는 기도로 시작돼 14세기 초 지금과 같은 삼종기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삼종기도의 점심 종이 한때 '투르크의 종'으로 불렸다는 점이다. 오스만 투르크의 침공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눈길을 끄는 두 번째 대목은 비가톨릭 신자에게 삼종기도는 기도보다 그림 제목으로 각인돼 있다는 사실이다. 밀레의 만종으로 알려진 그림의 원제가 바로 '삼종기도(the Angelus)'다. 멀리 교회의 첨탑이 보이는 황혼의 들판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기도하는 부부를 화폭에 옮긴 이 작품은 소박함과 경건함, 평화가 담긴 걸작으로 꼽힌다. 삼종기도의 사회사에는 종교적 관심과 공포, 건강한 일상이 스며 있는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5,000여 취재기자들에게 종교의 차이를 떠나 축복을 빌었다. 약자를 사랑하고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 교황을 보며 우리는 떠올린다.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교회'가 좋은 것처럼 돈의 크기와 관계없이 국민행복시대가 도래하면 얼마나 기쁠까. 치열한 콘클라베 끝에 등장한 교황이 희망을 주는 것처럼 길고 긴 대립 속에 여야 합의를 이룬 정치권이 밝은 내일을 열어간다면 더욱 반갑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