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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5월 착공에 들어간 경기도 양주 부근의 자금~회천(12.6㎞) 일반국도. 국도 3호선의 교통적체를 줄이기 위한 우회도로인 이 구간은 당초 2004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예산 부족에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사업기간이 10년이나 지연돼 현재 편도 1차선만 임시개통된 상황이다. 공기가 연장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할 사업비만 22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는 "1993년 계획 당시에는 4차선으로 설계가 됐지만 국도 주변에 택지개발지구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수요가 늘어나 6차선으로 설계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역교통개선대책 부담금을 투입해야 했지만 예산 배정이 늦어져 공기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지 않으면 이는 공기 지연으로 이어진다. 또 늘어진 공기는 예산 낭비와 함께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키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간 이뤄지는 SOC 사업은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돼야 손실을 줄이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예산 투입이 들쭉날쭉해 공기가 늘어질 경우 결국에는 더 큰돈을 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의 방화대교 사고가 SOC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공사는 이미 2008년 9월에 끝났어야 할 사업이었다. 하지만 교통계획 변경에 따른 설계변경, 이에 따른 공사 중단, 이후 예산 부족으로 인한 공사 중단 등이 두 차례나 반복되면서 지금까지 사업기간 중 공사가 중단된 시간이 더 길었다. 부실시공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속도로와 교량 등 주요 SOC 투자에 있어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추진하다 보니 설계변경이 잦고 예산 낭비가 심하다"며 "특히 사업예산 확보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우선 SOC 사업 추진시 국회의원의 선심성 예산보다는 정확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착공을 한 사업장의 경우 예산을 집중 투입해 예정된 기한 내에 공사를 끝내야 하는 것이 사실 기본 상식"이라며 "하지만 예산 편성시 국회의원의 입김이 약한 지역의 경우 이듬해에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적인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하는 한편 예산도 적기에 투입해야 부실공사 현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SOC 사업 전체 예산은 매년 적정 예산의 54.5%만 책정돼 평균 6년7개월의 공기 연장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 연간 1조6,3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토목사업본부장은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시공사는 인력과 비용을 그대로 투입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익을 내기 위해 부실한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공기 지연에 따라 발생하는 간접비 증액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방화대교와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